![IATA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3/art_15596127800698_a117e9.jpg)
[FETV=김윤섭 기자] '피는 못속인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한진家 조원태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조원태 회장도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처럼 조중훈 선대 회장의 사업가적 기질을 타고난 전문경영인(CEO)이다. 전세계 수백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메머드급 국제행사를 진행하면서 말한마디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다른 리더쉽도 마찮가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에서 열린 IATA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한진그룹 총수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그동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았다. 이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지난 두 달 동안 한진가(家) 남매간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고, KCGI 같은 사모펀드에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조원태 회장을 바라보는 불안함이 한 요인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는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였다. ‘조양호 회장의 아들’이 아닌 ‘조원태 회장’으로서 글로벌 항공업계 관계자들과 국내외 언론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였다.
조 회장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 모두 사실상 취임 후 첫 행보를 보이는 조 회장이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IATA 연차총회에서 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떠난 아버지의 일을 맡게된 셈이어서 더욱 그랬다.
실제로 그는 연차총회 의장으로서 무리없는 진행을 보여줬지만 중간중간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 회장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유창한 영어로 주요 의제와 안건을 소개했고, 아버지의 오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IATA 연차총회 의장이자 주관사 총수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해냈다. 표정과 몸짓에선 점점 자신감이 드러났다.
3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조 회장에게는 총회의 가장 큰 고비이자 하이라이트였다. 조 회장은 60여분 동안 모든 질문에 도움 없이 혼자 답변했으며 중간중간 막힘없이 대답을 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경영진의 도움 없이 자신이 혼자 질문에 답변에 나선 것은 한진그룹 총수로서의 자신감이자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자간담회에선 상속과 지분문제에 대한 민감한 질문과 솔직한 답변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짜고치기’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조 회장은 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을 못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고 최근 공세를 펼치고 있는 KCGI에 대해서는 “대주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회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IATA 연차총회는 조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진정한 그룹 총수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과제였던 IATA총회를 마무리한 만큼 그동안 대응을 보이지 않았던 KCGI와의 경영권 다툼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 행보를 보여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뿐 아니라 조회장은 이번 총회를 통해 스카이팀 의장과 ITAT 집행의원으로도 선출되면서 항공업계에 대한 영향력도 키우게 됐다는 평가다.
집행위원회는 이사회 격인 상임 의사결정기구에 해당한다. 집행위는 IATA의 활동 방향을 설정하고 산하 기관의 활동을 감독하며 사무총장 선임,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을 심사하고 승인한다. 그동안 고 조양호 전 회장은 1996년 이후 IATA 집행위원회 위원을 8번 연임을 해 온 바 있는데, 이번에 조원태 회장이 선임되면서 뒤를 잇게됐다.
조원태 회장은 IATA 총회 기간에 민간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회장단 의장으로도 선임됐다. 스카이팀은 지난 1일 오후 회장단 회의 열어 조원태 회장을 의장을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고,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스카이팀은 지난 2000년 6월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 4개가 함께 창설한 항공동맹체다. 스카이팀은 현재 회원사 19개이고, 이들이 취항하는 나라는 175개국 도시 1150개다. 연간 6억3000만명을 수송하는셈이다.
스카이팀은 그동안 사무국에서 의장 역할을 맡아 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항공시장 환경을 감안해 지역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올해부터 회원사 CEO 중 한 명이 의장직을 맡기로 했다. 스카이팀 회원사들은 최근 세계 항공시장과 스카이팀 내에서 대한항공의 위상을 반영해 조원태 회장을 첫 번째 의장으로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