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신임회장. [사진=한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8/art_15565016734829_a6427c.jpg)
[FETV=김윤섭 기자] 고(故)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진 그룹 '3세 경영'이 공식화됐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회장의 선임은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한진이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럽게 별세로 그룹 승계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LG그룹이 빠른 시간 내에 구광모 회장 체제로 전환에 성공한 만큼 한진도 의외로 쉽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의 장례를 치른지 일주일만에 빠르게 전면에 나선 조원태 회장의 앞길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조 신임 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경영권 방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회장에 선임된 조 신임 회장이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를 위한 막대한 상속세가 최대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5%였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17.8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3543억원 가량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이다. 상속세는 한진가의 삼남매가 보유한 지분가치와 비교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남매들이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규모다.
게다가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있어, 자금 조달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 총 보유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한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 가능 금액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한진칼을 제외한 기타 계열사의 지분매각, 한진 등이 보유한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한 배당여력 및 배당금 확대 등도 상속세 납부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상속세를 현물로 납부할 자금 여력이 없을 경우, 주식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후계 승계 방식이나 재원 마련에 대해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그룹 본사. [사진=한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8/art_15565016753984_7293af.jpg)
'2대주주'로 올라있는 행동주의펀드KCGI의 공세도 본격화됐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기존 13.47%에서 14.98%로 끌어 올렸다. KCGI는 한진그룹이 혼란을 겪는 사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입김을 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올 3월 주총에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찬성 65.46%, 반대 33.54%로 통과됐다. KCGI(당시 12.8%) 말고도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세력이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호 세력 확보도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별세로 그의 보유 지분 상속과 이후 유족들의 상속세 납부 등의 과정에서 한진가의 한진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축소돼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원태 신임 회장은 부친 조양호 회장에 비해 경영수업 기간이 짧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지 16년 만에 회장이 됐다. 조양호 회장이 29년이 걸린 점을 생각하면 빠르게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따라서 주요 계열사인 한진칼, 한진 등은 선대 회장 측근이자 전문경영인인 석태수 한진칼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이 당분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조 신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열리는 IATA 연차총회에 시선이 쏠린다. IATA는 ‘항공업계의 UN(국제연합)’으로 전 세계 항공사의 최고경영진, 항공기 제작사 등 관련업계 종사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행사다. 조 신임 회장은 IATA 연차총회 의장직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신임 회장이 전 세계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글로벌 항공동맹체 교류 등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 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