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7/art_15559759489596_8cd687.jpg)
[FETV=김윤섭 기자] 지난주 선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를 마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사장은 장례식 다음 날 즉시 경영에 복귀해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자신이 그룹 경영을 주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재계에서는 6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항공운송협회(IATA) 총회가 조 사장이 '포스트 조양호' 시대 리더로 전면에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사장은 선친의 장례를 치르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9일 아침 강서구 공항동 본사로 출근해 경영 일선에 빠르게 복귀했다. 조 사장은 복귀 첫날 사내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장례식 5일 동안 선친의 장례를 돕고 조의를 표한 임직원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 글에서 "회장님 집무실에 들어가면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실 것 같다"라거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살아 계실 적 회장님께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가슴 치며 한없이 후회했다"는 등 애틋한 부자의 정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사장은 직원들을 향해서는 "여전히 마음은 무겁지만, 우리에게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며 "임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고객과 국민이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한항공이 되도록 새로운 마음, 하나 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조 사장의 이런 메시지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그가 조양호 전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내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조 사장이 올린 글에는 부친상을 당한 그를 위로하고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댓글이 수십건 달렸다. 직장인 익명 앱(App) 블라인드에도 조 사장의 글을 두고 "진심이 느껴진다"라거나 "응원한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선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숙제가 된 경영권 승계를 차근히 진행하면서 본인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을 거두어내려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협약 체결식에서 조양호 전 회장(오른쪽 네 번째)과 조원태 사장(오른쪽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417/art_15559759493559_a17755.jpg)
그 첫 무대는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총회가 될 전망이다.
IATA는 1945년 세계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협력기구로, 현재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IATA 총회는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과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 관련 업계 최고위층이 모여 항공산업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로,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도 불린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총회는 조양호 전 회장이 유치를 주도했다.
조 전 회장은 IATA 최고기구 집행위원을 지내는 등 국제항공업계에서 쌓은 탄탄한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울총회 유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하며 CEO 지위를 잃어 조 전 회장이 IATA 서울총회 의장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조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연히 해소됐다.
IATA 서울총회 의장은 대한항공 CEO인 우기홍 부사장과 조원태 사장 두 사람 모두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미 내부적으로 조원태 사장이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IATA 서울총회를 세계 무대에서 '대한항공 = 조양호'로 통용되던 등식을 '대한항공 = 조원태'로 바꾸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그룹·대한항공 경영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대표이사·사장에 오른 지 2∼3년밖에 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볼 수 있지만, 조양호 전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3세 경영으로 전환' 등 말이 나오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회사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조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CEO'가 아닌 'COO'(최고운영책임자)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IATA 총회라는 큰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친이 생전에 쌓아 둔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력관계를 충실히 계승하고 경영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