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패배 만든 국민연금 ‘결정적 한방’…종이호랑이 벗어나나

등록 2019.03.27 13:58:54 수정 2019.03.27 14:37:54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이사선임 첫 저지…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듯

 

[FETV=김윤섭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27일 부결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 도입 이후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기업 총수가 이사직을 상실 당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직 상실'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주총거수기', '종이호랑이'로 불린 국민연금이 앞으로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은 이사 연임에 실패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연임안 표결에서 찬성 64.1%, 반대 35.9%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정관에 따라 연임이 무산됐다. 2.5% 남짓한 지분이 승부를 가른 것이다.

 

대한항공 주식 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직 박탈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은 33.35%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기관·외국인 보유 주식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5∼26일 이틀에 걸쳐 격론을 벌인 끝에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있다'고 한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한 것이다.

 

'270억원대 횡령·배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부정 대학편입', '공사현장 업무방해' 등 각종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연임건은 주총 시즌 최대 화두였다.

 

시민사회단체가 조 회장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을 벌였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ISS,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여기에 해외 공적 연기금도 합세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은 주총일 전날에야 나왔지만, 표 대결 구도상 결정적 한방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했거나 기권했다면 이사 연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그룹 내 과도한 이사겸직'을 이유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선임을 반대했으나 표 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고, 같은 의견을 가진 주주들이 합세하면서 목적이 관철됐다. 그룹 총수가 주주권 행사에 의해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많든 적든 보유한 주식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고, 의도를 가지고 표를 모으지도 않는다"며 "대한항공 주총에서 한번 같은 방향으로 주주 의견이 모였을뿐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취지를 보면 국민연금이 향후 기업의 의사 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배당뿐 아니라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 사익 편취행위, 횡령, 배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등도 국민연금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으로 판단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 범위는 점점 넓어질 수밖에 없다.

 

또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나 국내주식 자산군 내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의 전체 주총안건과 수탁자위에서 결정한 안건'에 대해서는 주총 전에 찬반 의결권을 공시해야 하므로 '주총거수기'라는 비판이 따를 만한 의결권은 행사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섭 기자 dbstjq663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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