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익=영화제작자] 영화 <강철비>에서 북에서 온 철우 역은 정우성이 맡았고, 남쪽의 철우 역은 곽도원이 맡았다. 남과 북의 요원이 함께 어울리는 또 다른 영화 <공조>에서는 북측을 현빈이, 남측을 유해진이 각각 맡아서 열연한다. 남측 요원보다 북쪽 캐릭터에 더 잘생긴 배우를 배치한 것은 한국 영화계와 관객층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걸 반증한다.
옛날엔 실제로 이보다 못한 일을 가지고도 찬양고무죄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덫에 걸린 늑대와 같은 처지에 놓여 곽도원에게 불신과 적대감을 내놓고 드러낸다(원래는 극중 인물의 이름을 써야 맞지만 둘이 같은 이름이므로 이 글에서는 배우의 이름을 쓰기로 한다). 그러다가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조금씩 둘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연민이 생겨나는 건 함께 국수를 먹으면서부터다.
둘은 의정부를 지나 연천쯤 가다가 국수집에 들른다. 곽도원은 정우성에게 잔치국수를 시켜준다. 자존심이 살아있는 정우성은 처음엔 국수를 눈 앞에 두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다 수갑을 찬 채로 먹기 시작하는데, 일단 입에 대니 그야말로 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 ‘흡입’ 그 자체다. 눈 깜짝 할 새에 한 그릇을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자신을 쳐다보는 정우성의 눈빛에서 곽도원은 그 의미를 금세 알아차린다.
“이모, 여기 잔치국수 하나 더 주세요. 만두도 하나 주시고.”연속해서 세 그릇을 비우고 나서 정우성이 한 마디 짧게 뱉듯이 말한다.“깽깽이 국수가 맛있소.”깽깽이 국수가 뭐지 하고 의아해 하는 곽도원에게 만두를 가져다 준 점원 아주머니가 말한다. 잔치국수를 북에서는 깽갱이 국수라고 부른다고. 그러면서 정우성에게 그 쪽도 새터민이냐고 묻는다.
북에서는 깽깽이 국수라고 부른다는 이 잔치국수는 장터국수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또 온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재료가 되는 건면을 소면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본에서 같은 국수를 부르는 소멘(素麵)에서 온 말이다. 잔치국수라는 말은 결혼, 회갑, 돌잔치 같은 경사스러운 잔칫집에서 손님에게 국수를 내었던 풍습에서 생겨난 이름일 것이다. (중략) 더 보고 싶은가요?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