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한화 건설부문, 실적 반등 가를 9조 '비스마야'에 쏠린 눈

등록 2026.03.30 08:00:49 수정 2026.03.30 08:01:05

이란 사태로 중동 리스크 재부각, 해외 사업 불확실성 확대
매출 반토막 속 복합개발 본궤도, ‘비스마야’ 재개가 분수령

[FETV=박원일 기자]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 수위가 높아지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공격 유예 시한이 연장된 가운데 외교와 군사 옵션이 병행 검토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재개 여부라는 ‘중동 변수’ 속에 실적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중동 긴장 고조가 해외 수주 환경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발주 지연, 공사 일정 차질, 대금 회수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신규 프로젝트 추진 속도가 늦어지고 금융 조달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2년간 매출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며 ‘몸집 줄이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분양시장 둔화 등 복합적인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주 규모와 수주잔고 역시 감소세를 보이며 단기적으로는 외형 축소 흐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위축이 아닌 체질 개선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리한 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리스크가 큰 사업을 걸러내는 대신 복합개발과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재무 전문가 출신 경영진 체제 아래 원가 관리와 현금 흐름 안정성 확보에 방점이 찍히면서 ‘내실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대형 개발사업에서 점차 성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계약잔고 1조7000억원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공정률이 두 자릿수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장기간 지연됐던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향후 기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1조4000억원) 등 주요 프로젝트 역시 안정적으로 추진되며 외형 회복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기반으로 IT 인프라 영역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친환경 인프라 분야에서도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해상풍력과 수처리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개발 초기 단계는 건설부문이 주도하고 이후 시공과 운영 단계에서는 계열사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신안 해상풍력 사업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는 이러한 밸류체인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플랜트와 해상풍력 시공 기능이 계열사로 이관되면서 건설부문은 디벨로퍼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도 뚜렷해졌다. 기획·금융 조달·사업 관리에 강점을 두고 실행 단계에서는 그룹 내 전문 계열사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이는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사업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수주 목표를 3조1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건축·개발 부문이 2조3000억원, 인프라 부문이 8000억원을 차지하며 수주잔고는 13조7000억원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실적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이 꼽힌다. 해당 사업은 수년간 한화 건설부문이 가장 큰 기대를 걸어온 프로젝트로 잔여 사업 규모만 약 8조9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공사가 재개될 경우 대규모 매출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바그다드 동남쪽 약 10㎞ 지점에 10만 가구 규모의 주택과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대형 신도시 사업이다. 다만 2022년 현지 정세 불안과 공사대금 지급 문제로 계약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24년 12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변경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재개 기반을 마련했다. 이미 준공된 물량을 제외한 약 7만 가구가 향후 공사 대상이다.

 

다만 최종 관문인 이라크 정부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란 사태까지 겹치며 일정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착공 재개 시점이 유동적인 상황이라 실제 매출 반영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로젝트가 정상화될 경우 실적 반등의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사업만으로는 외형 회복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한화 건설부문의 향후 성적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복합개발과 그린 인프라 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해외 프로젝트 리스크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통제될 경우 중장기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당사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변경계약 체결의 마지막 단계인 이라크 국무회의(COM) 승인을 긍정적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중동 정세에 따라 변경계약 정부 승인 일정에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어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복합개발사업과 환경사업 등 지속가능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핵심 전략사업에 집중하고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경영의 중심에 두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일 기자 mk4mk044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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