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KT가 정관 개정을 통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관리·라이선스 사업을 새롭게 추가하며 미디어 사업 부문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KT는 지난해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이전부터 추진해 온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10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제44기 재무제표 승인 안건을 비롯해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대표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등 총 9개 의안이 상정된다.
정관 변경 안건에는 목적사업 조정과 공고방법 변경,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사외이사 명칭 변경,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인원 상향,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의무 반영, 부칙 신설 등이 포함됐다.
임원 선임 안건에서는 사외이사로 김영한·윤종수 후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권명숙·서진석 후보가 각각 선임 안건에 올랐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로 박윤영 후보, 사내이사로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이번 안건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목적사업 변경이다. KT는 기존 본인신용관리업 관련 사업 목적을 삭제하고 IP 수익화를 목표로 ‘지적재산권의 관리·라이선스 및 기타 처분에 관한 사업’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통신사들이 AI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데이터센터 설계·운영·구축 관련 사업을 추가하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KT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IP 중심 수익 모델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T는 지난 한 해 동안 콘텐츠·미디어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다.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는 ‘선별적 투자’와 ‘작품성 중심 전략’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다. 특히 기존 IPTV 플랫폼 지니TV와 그룹 채널 ENA 중심이던 유통 구조를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외부 OTT 플랫폼으로 확대하며 콘텐츠 유통 채널을 다변화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 접근성을 높이고 제작비 회수 구조도 다각화했다는 평가다.
2025년 공개된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성과를 거뒀다. ENA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는 채널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ENA 역대 시청률 2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일본 OTT 플랫폼 유넥스트에서도 한류·아시아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을 얻었다.
또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 ‘신병 시즌3’ 역시 티빙 공개 기간 동안 주간 시청 순위 1위를 유지했으며 기존 시즌들이 다시 상위권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KT는 이와 함께 미디어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미디어 AX(AI 전환)’ 전략도 추진했다. 지니TV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개발한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자연어 기반 콘텐츠 검색과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어제 ENA에서 방영한 군대 배경 드라마 찾아줘”와 같은 자연어 질문을 통해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AI 기술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KT는 ‘AI 스튜디오 랩’을 중심으로 AI 기반 흥행 예측 모델, AI 보조 작가, 자동 편집 및 숏폼 영상 생성 등 다양한 제작 지원 기술을 도입해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계열사들도 성장세를 보였다. KT밀리의서재는 전자책, 오디오북, 웹소설, 웹툰 등을 결합한 구독형 플랫폼 구조를 구축하며 콘텐츠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웹소설·웹툰 서비스 ‘밀리스토리’를 강화하며 신규 가입자 유입과 체류 시간 증가를 이끌었다.
그 결과 밀리의서재는 2025년 매출 882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니뮤직 역시 AI 기반 서비스 도입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5년에는 국내 음악 서비스 가운데 처음으로 ‘AI DJ’ 기능을 상용화해 이용자의 청취 패턴과 상황을 분석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밀리의서재 등 플랫폼과 연계해 드라마 IP를 기반으로 한 대본집, 오디오북, OST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니뮤직은 연간 매출 3028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4% 증가하며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2.6% 증가했다.
KT는 지난 2022년 2025년까지 국내 1위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AI 도입을 통해 미디어와 콘텐츠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이번 정관 변경은 IP 사업을 강화해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다지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한 것 역시 이러한 전략 강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KT에서 유·무선, 5G, 기가인터넷 상품 기획 등을 맡으며 고객 기반 확대를 이끌어 온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또한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 등 콘텐츠 계열사를 이끌며 공연·IP·웹툰·웹소설·오디오북을 결합한 ‘콘텐츠-플랫폼-오프라인 공간’ 통합 전략을 추진해오며 콘텐츠미디어 부문에서의 성과 달성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이번 선임을 통해 박윤영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가 클라우드·AI·IDC·B2B 솔루션 등 기업 대상 사업을 맡고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는 B2C와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며 사업 영역을 분담하는 이끄는 구조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