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1949년부터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가 최근 유례없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한 지분 싸움에서 벗어나 사모펀드의 등판과 거버넌스 개편, 주주환원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까지 더해지며 한국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ETV는 이번 분쟁의 기원부터 최근 이슈까지 심층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
[FETV=이신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규모를 두고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 주도권 확보를 위해 양측의 수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주총 결과가 향후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가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정관 상 19명으로 직무가 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총 15명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기존 고려아연 측이 11인, 영풍·MBK 측이 4인으로 고려아연 측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주총의 경우 이 가운데 임기가 만료되는 6인의 공석을 누가,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이사회 주도권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퇴임하는 이사 6명의 경우 고려아연 측 인사가 5명, 영풍·MBK 측 인사가 장형진 고문 1명으로 확인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 인원 각각 6 대 3의 이사회 인원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은 최윤범 사내이사 후보와, 황덕남 사외이사 후보, Crucible JV LLC가 주주제안한 Walter Field McLallen 기타비상무이사 등 3인을 후보로 올렸다. 영풍·MBK의 경우 박병욱·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와 오영·최병일·이선숙 사외이사 등 총 5명의 후보를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우선 신규 이사 선임 규모를 두고 정반대의 제안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제출한 의결권대리행사 관련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개정 상법에 따라 2026년 9월 10일까지 분리선임 감사위원 2인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5인 선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상법 개정 대응에 따른 정관 변경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감사위원 추가 선임을 위한 1인의 공석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고려아연은 해당 의안에 대해 “오는 9월까지 분리선임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 법적 요건을 고려한 요구”라며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5인을 우선 선임한 뒤 정관 변경이 통과되면 감사위원 1인을 분리 선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MBK는 퇴임 임원과 동일한 ‘6인 선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영풍·MBK는 의결권대리행사 관련 공시를 통해 현 경영진의 투자 결정이 실질적인 이사회 검토 없이 사후 보고 방식으로 이뤄지며 견제 시스템이 약화됐다고 주장한다.
영풍·MBK 측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위한 공석 한자리가 필수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사회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라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고려아연은 다수의 퇴임 인사가 발생한 상황에서 ‘5인 선임’ 원칙을 통해 이사회 규모를 관리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는 제도적 방어 장치를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영풍·MBK 측은 공석이 된 6석 가운데 5석이 고려아연 측 인사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사의 선임을 통해 이사회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주총의 핵심은 신규 이사 선임 규모를 5인으로 제한할지, 퇴임 인원과 동일한 6인을 채울지에 달렸다. 5인 선임안이 채택될 경우 고려아연 측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여지를 확보하며 기존 이사회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6인 선임안이 통과되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진입 폭이 확대되면서 양측 구도가 팽팽한 균형 상태로 재편될 수 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이 지배구조 안정성과 견제 기능 강화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가 최종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로 진행되는 특성 상 양측이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후보들이 나눠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6인 선임안이 채택될 경우 최종 결과는 3대3 수준의 팽팽한 구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