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덕양에너젠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원으로 확정하며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의 ‘첫 단추’를 끼웠다. 안정적인 수소 정제 사업과 실적 개선 기대가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비교기업(피어그룹) 선정에 따른 EV/EBITDA 기반 밸류에이션 적정성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덕양에너젠은 전날 공모가를 1만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8500원~1만원이었으나, 최종 공모가는 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주당 평가가액(1만3285원) 대비 할인율은 24.73%다.
덕양에너젠은 수소 정제 기업이다. 부생수소를 고도 정제해 고순도 산업용 수소로 전환한다. 생산된 고순도 수소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공정가스로 활용되며, 회사는 이를 관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실적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2년 44억원에서 2023년 50억원, 2024년 6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연간으로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거래처와 최소 매입·공급 수량 등을 계약으로 정해 비교적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수요예측에서도 공모 희망밴드 상단(1만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 주문 비중이 97.6%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첫 IPO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에서 확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밸류에이션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덕양에너젠 가치평가에 EV/EBITDA 배수를 적용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EBITDA(현금창출력 지표)로 나눈 배수로, 이익 창출력 대비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시장 일각의 비판은 비교기업(피어그룹) 선정에 맞춰져 있다. 피어그룹으로는 제이엔케이글로벌과 효성중공업이 포함됐는데, 이들의 EV/EBITDA는 각각 34.39배, 26.25배 수준이다. 업종·사업 구조 및 규모 차이가 큰 기업이 비교대상에 포함되면서 덕양에너젠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게 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효성중공업의 경우 매출이 중공업·건설 부문에 집중돼 있고, 수소 관련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 논란 포인트로 꼽힌다.
확약비율도 불안정하다. 공모에서 의무보유확약률은 신청수량 기준 14.4% 수준에 그친다. 우선배정제 기준선(24%)에 미치지 못한다. 수요 자체는 몰렸지만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화학기업이 지난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덕양에너젠 역시 석유화학 산업과 공급망이 맞물려 있는 만큼 업황 악화의 여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덕양에너젠 김기철 대표는 15일 진행된 IPO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 및 생산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착실히 수행해 글로벌 탑티어 수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