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아이에스동서가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경영진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건설사업을 총괄해온 허필식 각자대표가 물러나고 회사는 배기문·남병옥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급격한 실적 악화와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12일 공시를 통해 허필식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대표이사 체제가 기존 3인 각자대표에서 2인 체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개인적인 사유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며 향후 배기문·남병옥 대표가 각자 책임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건설 부문 실적 부진이 인사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의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9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2억원으로 40% 넘게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0억원에 그치며 수익성이 크게 위축됐다. 특히 3분기 단일 기준으로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중심에는 건설사업부문이 있다. 허 전 대표가 총괄해온 건설 부문의 3분기 누적 매출은 3336억원으로 과거 연간 건설 매출과 비교하면 외형 축소가 두드러진다.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신규 수주 감소와 사업 환경 악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는 대외 평가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아이에스동서는 전년 대비 37계단 하락한 58위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수주 실적 감소와 경영 평가 점수 하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30% 수준으로 통상 건설업계에서 관리 가능한 범위로 여겨지는 200%를 크게 밑돈다. 차입 구조 역시 급격한 부담 확대 없이 관리되고 있어 불황 국면 속에서도 재무 리스크 대응력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 체제 재편 이후 경영의 중심축은 ‘내실 강화’에 맞춰질 전망이다. 배기문 대표는 재무·경영관리 전반, 건설 부문을 아우르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관리와 선별적 수주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통해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1차 과제로 꼽힌다.
남병옥 대표는 콘크리트 사업을 포함한 기존 주력 사업과 함께 전사 안전관리(CSO)를 책임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화된 안전 규제 환경 속에서 현장 관리와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아이에스동서가 폐배터리 재활용 등 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건설 본업의 회복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 체제 조정은 위기 국면에서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새로운 리더십 아래 재무 안정성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허필식 대표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함에 따른 것”이라면서 “앞으로 아이에스동서는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사업 효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