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첨단 패키징·테스트(P&T7) 팹을 신설하며 AI 메모리 후공정 투자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RE100·Scope3 대응 요구가 글로벌 고객사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협력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관리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신설되는 P&T7은 AI 메모리와 HBM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후공정 전용 시설이다. 패키징·테스트는 전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로,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성능과 신뢰성 경쟁에서 중요성이 커진 공정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후공정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기존 전공정 라인과의 연계를 통해 생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가 설비 증설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RE100과 Scope3 감축 목표를 이미 선언한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사의 ESG 대응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해석은 SK하이닉스의 공식 ESG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Scope3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제시했고, 공급망 관리를 핵심 중대 이슈로 설정했다. 특히 2030년까지 고위험 협력사에 대한 ESG 현장평가를 100%로 확대하고, 1차 협력사 ESG 자가평가를 전면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협력사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설비 증설 과정에서 협력사 참여 폭이 넓어질 가능성과 함께, ESG 기준을 맞추기 위한 설비·공정 개선 수요도 동반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협력사에 동일한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ESG 대응 역량과 투자 여력이 갖춰진 협력사에는 거래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업체에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들이 RE100과 Scope3 목표를 걸어둔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 협력사까지 관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설비 확장에 따라 중소 협력사 대상 설비나 ESG 투자 지원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는 개인적인 관측일 뿐, 구체적인 지원 방식이나 규모가 논의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번 투자는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라는 표면적 목표와 함께, 공급망 전반의 ESG 대응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평가다. AI·HBM 투자가 본격화될수록 반도체 산업 내에서는 ‘누가 더 많이 짓느냐’보다 ‘누가 공급망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