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POSCO홀딩스가 호주 Mineral Resources(MinRes)의 리튬 사업 지분 30%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연 27만톤 규모의 스포듀민을 장기 확보했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 대량 원료를 선제적으로 락인(lock-in)해 향후 정제라인 증설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투자는 MinRes·Albemarle·Ganfeng이 공동 보유한 Wodgina·Mt Marion 광산을 대상으로 한 JV 구조다. POSCO홀딩스는 두 광산 물량의 약 15%를 오프테이크 방식으로 배정받게 된다. 확보되는 정광 27만톤은 수산화리튬 3.7만톤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현재 광양 PPLS 1·2단계의 연간 생산능력(4.3만톤)을 넘어선다. 기존 공급선으로 처리되지 않는 물량이 확보되면서 신규 정제 설비 구축, 대외 판매, 트레이딩 확대 등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가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도 부각된다. 이번 거래에서 산정된 톤당 가치 4.1만달러는 Albemarle·SQM 등 글로벌 선도 업체들의 밸류에이션(5.8만~8.2만달러/톤)보다 낮다. 광석 품위(Li₂O 1.15~1.42%)가 우량한 자산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격 조정기에서 전략 자산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리튬 M&A에서 프리미엄이 90%까지 붙는 거래가 등장한 점도 POSCO홀딩스의 가격 매력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밸류체인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POSCO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자원 다변화를 추진해왔고, 이번 광석 기반 27만톤 확보는 공법·지역·원료 구성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전망되는 2026~2028년 구간을 대비한 ‘원료 확보전(戰)’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다.
수직계열화가 강화되면서 원가구조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밸류체인에서 비통합 정제사는 원가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통합 구조를 갖추면 생산 원가가 35%가량 낮아진다. 고정적인 스포듀민 공급이 확보된 만큼 가격 스프레드와 원가 변동성 대응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리튬 스팟 가격 변동, 아르헨티나 염호 프로젝트의 공정 난이도 등 외부 변수는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투자를 POSCO홀딩스 리튬 전략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공급망 자체를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10년짜리 투자’ 성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POSCO홀딩스가 광석·염호·정제를 아우르는 독자 체계에 가까워졌다”며 “리튬 시장 재편기에서 자산을 확보한 기업만이 가격 변동과 공급 리스크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