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산그룹이 ‘전력난 해법의 밸류체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전·가스터빈을 담당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연료전지 사업을 맡은 두산퓨얼셀이 에너지 공급망의 양축으로 주목받는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난 우려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성장의 최대 리스크는 전력 부족”이라며 “장기 대안은 원자력, 단기 대안은 연료전지·태양광”이라고 진단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전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4년 25GW에서 2030년 100GW로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 소비량도 같은 기간 최소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픈AI·엔비디아·구글 등 빅테크의 대규모 AI 센터 확충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인프라를 둘러싼 공급망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최대 변수는 전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OBBBA(에너지 균형법)’ 법안을 발표하며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이전까지 천연가스·원자력 중심이던 발전소 투자가 이후에는 태양광·풍력·연료전지·BESS(에너지저장시스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정책 발표 이후 재생에너지 발주가 급증했다”며 “2026년 중간선거를 전후로 재생에너지 모멘텀이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두산그룹의 전력 밸류체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가스터빈,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를 맡아 단기·장기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분기 매출 12조1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수주잔고는 16조4174억원, 연간 수주 가이던스는 기존 12조원에서 13조~14조원으로 상향됐다. 실적 개선과 함께 시장 평가는 한층 달라지고 있다.
특히 원전 부문 수주 비중이 확대되고, 국내 유일의 대형 가스터빈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AI 전력난 시대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가스터빈·수소터빈까지 전력 기반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구조적 수혜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 시장에서 확실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최근 1074억원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지난해 매출의 26% 수준이다. 동시에 20년 장기유지보수계약(LTSA)을 포함해 안정적 수익 기반도 확보했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능력을 현재 110MW에서 2026년 15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전력 수요 확산이 분산형 발전모델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연료전지는 단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블룸에너지(BE)는 지난 7월 오라클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며 2026년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중심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연료전지 산업의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발전소 설치 기간이 원자력 4~6년, 화력 3~4년에 비해 연료전지는 6개월, 태양광은 1년이면 가능하다”며 “AI 전력난이 심화되는 구간에서 가장 빠른 공급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10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두산퓨얼셀의 수주 기반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AI 인프라 확대는 단순한 IT 투자를 넘어 에너지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전력 집약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전원별 공급 효율과 설치 속도가 새로운 성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전력원 다변화의 실질적 수혜주로,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확대 국면에서 가장 먼저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