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분양시장이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용산 등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자격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자금 부담이 커진 반면, 김포·동탄 등 비규제지역에는 매수세가 몰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책 시행 이후 자금 여력이 시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분양시장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12개 지역이 새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청약 경쟁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대출규제 덕분에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축소돼 비규제지역(70%)과의 격차가 커졌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었고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가능하다. 신용대출 1억원 초과 차주는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분양시장에서는 ‘현금 부자’ 중심으로 청약 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신규 규제지역에서는 세대원 청약이 불가능해 청약자 수가 절반으로 줄고 전매제한 강화로 투자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며 결국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규제에서 제외된 비규제지역은 활기를 띠고 있다. 10·15대책 이후 김포, 남양주, 의정부, 시흥 등에서는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포가 규제지역에서 제외되면서 청약 수요가 급증했다”며 “비규제지역 분양 단지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김포를 비롯해 화성 동탄, 파주 운정, 평택 고덕 등 비규제지역의 분양 물량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청약 경쟁률이 다소 하락하겠지만 서울의 실수요 중심 시장 구조상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결국 10·15대책은 ‘과열 진정’과 ‘시장 양극화’라는 두 모습을 띠고 있다. 규제지역의 자금 장벽은 높아졌지만 비규제지역의 분양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시장의 향방은 정부의 추가 완화 조치 여부와 연내 공급 물량의 소화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지난 10월 아파트 분양시장은 ‘공급 물량 증가’와 ‘지역별 청약 온도차’라는 특징을 계속 이어나갔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는 최대 세 자릿수 경쟁률이 이어지며 두터운 수요를 확인했지만 일부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과 계약 저조 현상이 여전했다.
2025년 10월 전국 아파트 실제 분양 물량은 총 2만5039가구로 전월(2만993가구) 대비 약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전체 청약 경쟁률은 일부 국민주택 단지를 제외한 상태에서 단순 평균으로 5.8대 1을 기록하며 9월(7.8대 1)보다 낮은 흐름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 HOME’ 자료에 따르면 10월 동안 진행된 청약 결과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지역에서는 최대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방에서는 한 자릿수 경쟁률 혹은 미달을 기록해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 경기 온도차가 여전했다.
수도권에서 ‘서울 힐스테이트 이수역센트럴’은 일반 76가구, 특별 94가구 등 총 170가구를 공급하는 단지로 일반 76가구에 2만4832건 청약이 접수돼 326.7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경기 철산역 자이’가 일반 313가구 모집에 1만1880건 청약이 몰려 38.0대 1을 기록했다. 그 외 ‘서울 상봉 센트럴 아이파크’는 11.8대 1, ‘경기 김포 풍무역세권 호반써밋’은 7.9대 1을 나타내며 양호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베뉴브 해운대’가 22.0대 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부산 힐스테이트 사직 아시아드’가 17.6대 1로 다음 순위를 기록했다. 그 외 ‘울산 한화포레나 울산무거’(10.7대 1), ‘경북 두산위브 더제니스 구미’(9.9대 1) 등도 선전했다.
‘인천 검단 센트레빌 에듀시티’(0.5대 1), ’부산 힐스테이트 가야1단지’(0.5대 1), ‘충남 천안 휴먼빌 퍼스트시티’(0.1대 1)‘ 등은 공급 물량 대비 청약 수요가 부족해 미달을 기록했다.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은 총 3만6642가구(임대 제외)가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경기 2만437가구 ▲인천 5364가구 ▲서울 1230가구 등 2만7031구가 공급된다. 지방에서도 ▲부산 2397가구 ▲충남 1929가구 ▲경남 1797가구 ▲울산 1658가구 등을 포함해 총 9611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 예정 단지 중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트리니원’(일반 506가구), ‘경기 안양 만안구 안양자이헤리티온’(일반 639가구), ‘경기 파주시 서패동 운정 아이파크시티’(일반 3250가구) 등은 주목할 만하다.
직방 관계자는 "새 아파트 선호는 여전하지만 규제 확대로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점차 자금 여력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자금 부담이 큰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완화된 지역이나 가격대·면적 등을 조정한 대체 선택지로 이동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금융 여건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정책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자금 운용 전략이 향후 분양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