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다수의 게임사들이 2025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FETV는 각 게임사들이 예고했던 변화의 방향성과 함께, 올해 출시된 신작들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FETV=신동현 기자] 지난해 9월 이정헌 대표는 기존 IP의 심화와 함께 신규 IP 개발 및 재정비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발표하며 올해를 그 출발점으로 선언했다.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퍼스트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은 서구권 시장 진출과 콘솔 플랫폼 확장을 이뤘고 '마비노기 모바일'은 기존 IP의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며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 ‘종적·횡적 확장’…IP 중심 성장 전략 본격화
넥슨은 지난해 9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기존 블록버스터 IP를 확장하는 ‘종적 확장(Vertical Expansion)’과 새로운 블록버스터 IP를 육성하는 ‘횡적 확장(Horizontal Expansion)’ 전략을 공개했다. 2027년까지 연매출 7조원을 목표로 세운 넥슨은 올해를 IP 확장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 시기로 설정했다.
종적 확장은 이미 검증된 블록버스터 IP를 더 깊고 넓게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온라인 중심의 장르를 콘솔이나 싱글 패키지로 확장하고, PC와 모바일 중심의 플랫폼을 글로벌 멀티 플랫폼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국내와 중국에 집중됐던 시장을 북미와 유럽 등 해외로 확대하고 프리퀄이나 스핀오프를 통해 세계관의 시간적 범위를 확장한다. 수익 구조 역시 부분 유료화 중심에서 패키지, DLC, 라이선스 등 복합적인 모델로 전환해 IP의 수명을 장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넥슨은 이러한 구조적 확장을 통해 자사의 핵심 프랜차이즈를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횡적 확장은 새로운 IP를 개발하거나 기존 IP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정비해 포트폴리오의 폭을 넓히는 전략이다. 신규 프랜차이즈를 발굴하고 기존보다 젊은 세대를 주요 이용층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심에 있다. 콘텐츠의 분위기와 표현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서브컬처, 생활형 콘텐츠, 커뮤니티 중심 구조 등 이용자 참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리하면 종적 확장은 기존 핵심 IP를 세계관·플랫폼·수익 구조 측면에서 ‘깊게 키워 올리는 전략’이며 횡적 확장은 신규·재정비 IP를 중심으로 ‘옆으로 넓혀 가는 전략’이다.
◇ ‘카잔’·‘마비노기 모바일’, 첫 해부터 전략 성과 입증
넥슨은 지난 3월 28일 콘솔 패키지 신작 ‘카잔’을 출시했다.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첫 AAA급 싱글 액션 RPG로 넥슨이 프리미엄 패키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D&F 세계관의 800년 전 이야기를 다루며 기존 MMORPG 형태의 IP를 서구 콘솔 환경에 맞게 재해석했다.
출시 직후 ‘카잔’은 스팀 글로벌 매출 4위, 국내 2위, 미국 3위를 기록하며 흥행 신호를 보였다.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는 약 95%의 긍정 리뷰를 받아 ‘압도적으로 긍정 (Overwhelmingly Positive)’ 평가를 획득했으며 리뷰 수는 170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액션성과 타격감, 보스전 연출이 특히 호평을 받았고 메타크리틱 점수는 플랫폼별로 PS5 80점, PC 83점, Xbox 79점을 기록하며 국산 액션 RPG로서 준수한 평가를 얻었다.
출시 후 2주간 전 세계 누적 도전 횟수는 5400만회에 달하며 이용자 기반이 빠르게 확산됐다.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판매 순위 4위, 국내 2위까지 올라 초기 관심을 입증했고 콘솔 플랫폼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시장 확장성을 확보했다. 게임성 측면에서는 “보스 전투의 긴장감”,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 시스템”, “화려한 시네마틱 연출”이 주요 호평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지속성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출시 직후 3만2000명이 넘는 동시접속자를 기록했던 카잔은 출시 약 1달 이후부터 6000명 대로 급감한 이후 10월 기준으로 2300명대의 동시접속자 수치를 기록하며 과제를 남겼다.
넥슨은 ‘카잔’을 통해 기존 부분유료화(F2P)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패키지 타이틀 기반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카잔’은 던전앤파이터 IP의 확장 전략이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프로젝트인 ‘오버킬’,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등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카잔보다 하루 먼저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도 20년이 넘은 마비노기 IP를 새로운 형태로 재정비하며 신규 유저층을 끌어들이는 횡적 성장 전략을 성공했다. 기존 30~40대 중심의 이용자 구조에서 벗어나 10~20대 이용 비율이 70%를 넘어서며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MMORPG 시장을 열었다. 2025년 10월 기준 iOS·안드로이드 누적 다운로드 수는 364만 건에 달했고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10월 기준 누적 매출은 약 3000억원을 돌파했다.
출시 이후 ‘마비노기 모바일’은 높은 이용자 잔존율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의 기반을 마련했다. 1일차 유지율은 61%, 14일차 유지율은 42%로 넥슨의 모바일 게임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다. 자유도가 높은 생활형 콘텐츠와 협동 중심의 플레이 구조를 통해 과금 유도를 최소화하며 이용자들로부터 “착한 MMORPG”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강제 과금 대신 ‘선택형 과금’ 모델을 도입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누적 플레이 시간은 1억9000만 시간을 넘어섰다. 넥슨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일본과 북미 지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