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점검]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확대된 차입 부담에 재무건전성 '흔들’

등록 2025.10.24 08:00:59 수정 2025.10.24 08:01:05

차입형신탁 확대·신탁계정대 급증…부채비율 167.6%까지 상승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후퇴…업계 평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낮아

〈편집자 주〉 국내 부동산신탁업은 14개사가 경쟁하는 427조원대 시장으로 단순 담보관리에서 개발형·책임준공형 신탁까지 외연을 넓혀 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 규제 강화로 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신탁업의 현주소와 각 사별 전략·리스크·전망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FETV=박원일 기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무리한 외형 확장 이면의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특히 차입형 개발신탁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지며 신탁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부채비율과 낮은 충당금 적립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2019년 5월 토지신탁 포함 부동산신탁업 영위 목적으로 설립돼 10월 금융위원회 인가를 득하면서 상호를 한국투자부동산에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으로 변경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 보유 주식 99만주를 추가 취득해 6월 말 현재 9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1개사가 경쟁하던 기존 신탁업계는 2019년 신규 3사(한국투자부동산신탁·대신자산신탁·신영부동산신탁)가 추가로 인가 받으며 14개사 간의 경쟁이 한층 강화됐다. 실적 증대를 위해 대부분의 신탁사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책임준공형·차입형 신탁사업에 집중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신생 신탁사로서 설립 초기부터 공격적인 사업확장 전략을 실행했다. 설립 후 2년만인 2021년 영업이익 43억원, 당기순이익 39억원을 달성했고 2022년에도 각각 185억원, 161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2021년 결손금 91억원을 2022년에 이익잉여금 70억원으로 개선시켰다.

 

이처럼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수년 간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이익은 결국 반토막나고 말았다. 2024년 약정보수 기준 624억원을 수주하며 전년(406억원) 대비 53.7%의 수주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36.3% 증가한 736억원에 달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영업비용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전년(267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순이익 또한 211억원에서 119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9.4%에서 18.7%로 곤두박질쳤다. 실적의 궤적은 외형 중심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다. 부동산 개발 시장의 침체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맞물리며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한 셈이다.

 

수익성 저하보다 더 직접적인 충격은 재무 건전성에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등급 자체는 ‘BBB+’를 유지했지만 수치상 악화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 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신용도 하락의 핵심은 과도한 신탁계정대 투입이다. 2023년 2370억원이던 신탁계정대는 불과 1년 만에 5655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4838억원은 차입형 개발신탁, 817억원은 책임준공형(책준형) 신탁에 각각 투입됐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47.7%에서 167.6%로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13.1%에서 31.7%로 급등했다. 또한, 신탁계정대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업계 평균(3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15.8%에 그친 점도 위험 요인이다.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3%대(3.61%~3.89%) 금리로 3700억원을 차입해 신탁계정대 자금을 확보한 점은 유동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만큼 중장기적 신용도 유지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발신탁 사업장에 대한 대손 부담이 상존하고 있으며 분양률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신탁계정대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의 우발 부담과 함께 자본적정성 지표가 더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위험도가 높은 책준형 신탁은 사실상 동결하고 차입형 신탁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2021년 235억원 수준이던 책준형 신탁 수주는 2023년 이후 연간 28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대신 차입형 신탁 수주는 같은 기간 279억원에서 441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차입형 신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혼합형 신탁 상품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는 관리형 토지신탁과 개발형 토지신탁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로, 분양률이 낮은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공사비를 지급할 수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빠른 외형 확장 이후 재무구조 조정이라는 필연적 과제에 직면했다. 단기간 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변동성 높은 부동산 시장 환경과 여전히 높은 신탁계정대 부담 속에서 신중한 전략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신용도 방어의 핵심은 이제 수주 실적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일 기자 mk4mk044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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