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하며 조선업계의 외교 리스크가 부각됐다. 그러나 실질적 피해는 크지 않고 미중 갈등이 오히려 국내 조선사의 수주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유는 이들이 미 무역법 301조 조사 활동을 협조·지지했다는 것이다. 미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행위나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조사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근거 법이다. 해당 조치로 인해 중국 내 모든 기업들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인 한화 쉬핑 LLC, 한화 필리십야드,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LLC 등 5곳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중국의 조선·해운·물류산업 전반에 대한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조사는 지난 2월 제안하고 4월 확정된 ‘중국 선박 대상 항만 수수료 부과안’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미국 측 조사 협력 과정에 이름이 언급되면서 중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중국 조선·해운 기업의 미국 항만 이용 시 수수료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를 지지한 해외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맞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전경. 필리조선소 지분을 보유한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역시 이번 제재 명단에 올랐다. [사진 한화오션]](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5964973673_de4044.jpg?iqs=0.7266714275296213)
지난 14일 제재 발표 이후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 주가는 3~5%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이러한 빠른 주가 회복은 이번 제재가 실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증권업계의 분석이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안정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산 철강이나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특성상 부품 대체가 용이해 특정국 제재로 인한 공급망 차질 가능성도 낮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산 부품 사용 비중이 거의 없다"며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화오션은 “해당 조치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당장 경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외교적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조선업이 외교 갈등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다른 시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오히려 국내 조선사들에 구조적 수혜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요 선종별 한중 수주 증감율 [이미지 NICE신용평가 박현준 연구원 '미국의 MASGA 정책으로 한국 조선사의 중장기 수주기반 강화' 이슈 리포트 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5968746347_c9303d.png?iqs=0.7765379495739457)
나이스신용평가 박현준 연구원은 이슈리포트를 통해 “USTR이 발표한 중국산 선박 항만 수수료 부과안으로 발주국 전환 유인이 생겼다”며 “제재 대상은 미 입항 선박의 약 7% 수준으로 제한됐지만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발주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실제로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해 컨테이너선 발주가 한국으로 전환되며 일부 반사수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대형 선종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기술 경쟁력과 납기 신뢰도 측면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군수·해양 협력이 강화될 경우 방산과 조선을 겸영하는 한화오션의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의 중인 MASGA 정책은 동맹국 중심의 조선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 능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동맹국 생산 참여가 확대되면 국내 조선사의 수주 기반이 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관련 제재는 실제 영향이 미비해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갈등이 단기적으로 제재라는 불확실성을 확대했지만 한화오션을 포함한 국내 조선사들은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