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력 설비, 복합화력, 해상풍력 발전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사로서 대형원전 기자재와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심 부품 제작 기술을 확보해 미국 주요 기업과 연이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SMR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2018~2021년 사이 신규 원전 수주는 사실상 전무했고 그룹 차원에서도 재무 위기가 확대되며 알짜 자산 매각까지 단행해야 했다. 실제로 2020년 두산중공업 시절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두산에너빌리티 로고 [사진 두산에너빌리티]](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255845178_26efde.jpg?iqs=0.49840695699963355)
그러나 최근 정부 기조가 ‘탈(脫) 탈원전’으로 선회하며 두산에너빌리티는 다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 현재는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개뿐 아니라 해외 원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체코·폴란드 등 신규 원전 발주국에서 주기기 제작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가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설비 규모는 지난해 377GW에서 2050년 최대 992GW까지 2.6배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SMR은 2050년 신규 원전 설비의 약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의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주요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 두산에너빌리티]](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255944325_bffe80.jpg?iqs=0.7851019113096909)
업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시장에서 사실상 ‘생산 허브’ 역할을 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MR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주기기 제작 능력을 가진 기업은 드물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향후 수주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바탕으로 보령·안동·분당 복합화력발전소에 설비를 공급하며 상업화를 달성했다. 석탄발전소의 LNG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가스터빈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해상풍력 부문도 차세대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 국제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7월 10MW급 모델도 국제 인증을 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확대, 협력사와의 공급망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10MW 해상풍력발전기 [사진 두산에너빌리티]](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256032941_1fd093.jpg?iqs=0.2789656560215058)
다만 정책 변동성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과거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수주가 끊기며 회사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경험이 있어 향후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원전 수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 파트너사와 공유되면서 ‘국부 유출’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체결된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주기기 제작은 국내에서 진행되지만 운영권·설계권은 해외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3각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특히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원전 주기기 풀라인업 제작사’라는 위상이 한층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책 기조 변화, 해외 수익 배분 구조,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과거 탈원전 정책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정책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SMR 파운드리로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는 동시에 내수 시장의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