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펀드 갈등에 조선부터 흔들…반도체·車·에너지 ‘2차 압박’ 오나

등록 2025.09.16 14:35:53 수정 2025.09.16 14:36:07

보증·대출 vs 현금 투자…韓 기업 “이미 1500억달러 투자, 추가 여력 한계”
MASGA 직격탄 맞은 조선업…반도체·車·배터리까지 투자 리스크 확산

[FETV=나연지 기자] 한미 정부가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 투자 펀드 조성 방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산업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선업부터 압박이 가시화된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에너지 분야까지 ‘2차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1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은 추가 현금 부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미 협상의 핵심 쟁점은 펀드 조성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보증과 대출 중심으로 기업 책임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현금 직접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전액 현금 조달에 나설 경우 한국의 외환보유액 80% 이상을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일부 직접투자 금액이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진다.

 

이미 지난 7월 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이미 소진됐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추가 현금 투입은 투자 속도와 자금 운용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은 조선업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와 맞물려 HD현대는 미국 서버러스캐피탈과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펀드를 추진했고 한화는 필리핀 조선소에 50억달러 투자를 예고했다. 

 

수익 배분 구조도 기업들의 불안을 키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투자금 회수 전에는 수익의 50%, 이후에는 90%를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9대1 구조를 수용한 전례가 있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 선정과 수익 배분 구조가 불합리하면 기업 리스크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조선업을 넘어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충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공장 건설에 74억달러를 투입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 역시 합작 공장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펀드 현금 부담까지 얹히면 ‘이중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협상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조선업에 이어 반도체·자동차·에너지까지 확산되는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연지 기자 yeonji231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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