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내 집 마련'의 희망으로 시작된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서민들에게 오히려 고통스러운 이름이 되고 있다. 정부·지자체 실태조사 결과 다수의 위법 사례가 드러나면서 제도적 허점과 건설사-조합 간 유착 구조 등 민낯도 드러났다. 특히 지주택 사업 대표기업인 서희건설이 조합원 피해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전국 지주택 사업장에 대한 국토부·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한국부동산원 등 ‘관계기관 특별합동점검’과 ‘지방자치단체 전수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특별합동점검은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 8개 지주택 사업장에 대해 실시됐다.
![지역주택조합 실태점검 결과-지적(641건) 및 조치 현황 [사진 국토교통부 브리핑 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79202083952_69b8ca.jpg?iqs=0.4506625332403621)
특별합동점검 결과 8개 조합 중 절반인 4곳에서 도급계약서 상 명시적인 증액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불합리한 증액을 요구해 조합원에게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건설사는 시공사 결정과정에서 일단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고 주된 공정이 누락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시공과정에서 설계변경을 통해 증액을 요구한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618개 지주택 가운데 396곳에 대한 각 지자체 조사도 완료됐다. 이 중 252개 조합에서 641건의 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유형으로는 사업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지연 공개한 사례가 197건(30.7%)으로 가장 많았다. 가입계약서 작성·설명의무 위반 등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사항 중 506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280건), 과태료(22건)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고 위법 행위가 중대한 70건은 형사고발 조치했다. 점검을 완료하지 못한 조합에 대해서도 9월 말까지 점검을 마무리하고 행정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지주택 중심 사업구조의 대표 기업인 서희건설은 약 10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과 80여 개 단지를 운영하며 지주택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신뢰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서희건설 2025년 상반기 사업부문 매출 비중 [사진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792021867_2997f0.jpg?iqs=0.557462774287367)
최근 서희건설 개발사업 총괄 부사장이 한 지역조합 조합장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실제보다 높은 공사비를 반영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더불어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사위에 대한 인사청탁 명목으로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명품 목걸이를 제공했다는 특검 수사까지 겹치며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서희건설 측은 법령에 따라 사업을 추진 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피해 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은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는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지주택 제도는 일반 분양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조합이 직접 토지를 확보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그러나 ▲토지 확보 부족 상태에서의 무리한 사업 추진 ▲조합원 수 미확보 ▲정보공개 부실 ▲공사비 증액 기준 불명확 등 구조적 허점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조합 운영도 대행사나 일부 임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들이 실질적인 감시나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구조 속에서 시공사의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종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우선 공사비 증액 시 명확한 기준과 승인 절차 마련하고 조합 설립 시 토지 확보율·조합원 모집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보공개 시스템 의무화·온라인 투명성 확보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이며 위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복기왕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역주택조합 등 주택조합이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증액되거나 일정 수 이상이 동의하는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정비사업 지원기구인 전문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택법 일부개정 법률안 내용 [사진 MTN 방송 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79202298753_cd35ff.jpg?iqs=0.2411583307091958)
정부·국회의 전방위적 개선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주택 시장 전반에 걸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허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속에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후 제재보다는 사업 초기부터 엄격한 심사와 승인 거부 권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