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 KB·신한證, 보유 내역은 0건?

등록 2025.09.15 10:59:25 수정 2025.09.15 10:59:39

시장조성자 8곳 중 3곳 보유 배출권 '깜깜이 공시'
ESG 리더 외치던 KB·신한, 내역 공개는 ‘눈치전’

[FETV=박민석 기자]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유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실제로는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 속에서 상대 비교를 피하기 위해 공개를 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로부터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8곳 가운데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한국산업은행 3곳은 배출권 보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SK증권, IBK기업은행 등 5곳은 보유한 탄소배출권을 재무제표 내 ‘기타자산’으로 공시하고 있다. 

 

◇시장조성자 8곳 중 KB·신한증권·산업은행 ‘깜깜이 공시’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이 부족한 국내 배출권 시장에서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배출권 보유가 의무는 아니지만, 일부 조성자는 최소한의 물량을 직접 확보해 시장 신뢰를 유지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278억원(장부금액)의 배출권을 보유해 시장조성자 중 가장 많았다. 이어 NH투자증권(161억), SK증권(103억), 하나증권(57억), IBK기업은행(4.5억)순으로 나타났다. 자산(별도기준) 대비 배출권 비중은 SK증권(0.17%), 한국투자증권(0.03%), NH투자증권(0.02%), 하나증권(0.01%)순이었다. 

 

 

반면 산업은행은 2019년,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보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투·하나證은 공개했는데…"공시 의무 없다"는 KB·신한

 

3사는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비상장사이기에 공시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KB증권 관계자는 “배출권은 기타자산에 포함돼 있으나 세부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보유 금액은 타 대형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배출권을 보유 중이긴 하나 공시 의무가 없기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비상장사임에도 자발적으로 보유 내역을 공개한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과는 대조적이다.

 

거래소 배출권 거래 담당자는 “시장조성자가 반드시 배출권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며 “공시하지 않아도 (시장조성자) 계약 위반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요구와 시장 신뢰를 위해 공개하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B와 신한이 금융지주 차원에서 실적뿐 아니라 ESG 경영과 평가에서 늘 비교 대상인 만큼, 서로를 의식해 보유 배출권 공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신한금융은 2020년 국내 최초로 금융그룹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Zero Carbon Drive)을 공개하자, KB금융이 2021년 뒤따라 'KB Net Zero S.T.A.R'를 공개했다. 이어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의 경우 2021년 KB금융이 금융지주 최초로 가입한 뒤 신한금융이 동참하는 등 두 그룹은 ESG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이어왔다.

 

또한 자산 대비 비중이 미미한 배출권을 공개할 경우 오히려 ‘실적 없는 ESG’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배출권 자체가 규모 면에서 크지 않고 수익성도 낮아 굳이 공시해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라며 “다만 ESG를 강조해온 대형 금융그룹이 넷제로나 RE100 선언과 달리 실효성이나 홍보효과가 낮은 배출권 공시는 외면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민석 기자 mins920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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