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대표 선별전] 고배 마신 카카오, 오픈AI 협력 오히려 독 됐나

등록 2025.08.14 08:39:00 수정 2025.08.14 08:39:12

정부, 처음부터 자체 개발 ‘프롬 스크래치’ 역량 강조
서비스 중심·혼합형 모델 전략, 평가 기준과 온도차

[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AI 모델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도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한국형 AI 모델 구축을 공식화하면서,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이 ‘K-AI 모델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전략을 마련 중이다. FETV는 이번 프로젝트의 유력 후보군과 각자의 강점, 전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FETV=신동현 기자] 카카오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최종 멤버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처음부터 정부는 자체 개발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의 독자 모델 역량을 중점에 뒀지만 카카오는 외부 모델과 내부 모델을 결합한 서비스 중심 전략을 이어오며 평가 기준과 방향성 자체가 달랐다는 분석이다.

 

◇ 성능·역량·기여도 전방위 평가…‘프롬 스크래치’ 여부가 핵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20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공모했다. 이 사업의 핵심 목표는 글로벌 최고 수준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확보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민간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GPU·데이터·인재 등 핵심 자원을 집중 지원해 개발 환경을 마련하고, 기술 자립과 AI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추진한다. 특히 각 정예팀은 국민의 AI 접근성 확대와 사회·산업 전반의 AI 전환에 기여할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평가 항목은 ▲기술력 및 개발 경험(40점) ▲개발 목표의 우수성(15점) ▲개발 전략·기술의 우수성(15점) ▲생태계 파급효과와 기여 계획(30점) 등 네 가지다. 세부적으로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성숙도, 핵심 특허·오픈소스 보유 여부, 대규모 모델 개발 경험, 인력·조직의 전문성, 데이터·GPU 자원 활용 계획, 국내외 생태계 확산 전략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 개발 역량이 핵심 요소로 꼽혔다.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설계, 학습, 검증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독자 아키텍처와 데이터, 개발 전 과정을 갖춘 팀만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월 오픈AI와 제휴 통한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카카오는 2025년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직접 참석해 ‘AI 서비스 대중화’, 개인화 AI 고도화, 국내 AI 시장 혁신이라는 공동 목표를 밝혔다. 협업의 시작은 카카오톡·카나나 등 핵심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API와 모델을 접목하는 것이었다.

 

카나나는 대화 맥락을 이해해 1:1·그룹 대화를 지원하고, 문서 요약·질의응답·성격 커스터마이징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형 서비스다. 카카오의 자체 언어모델과 오픈AI 모델을 병행해 운영된다. 카카오는 또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사내 생산성을 높이고 AI 기반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카카오톡에서는 경량화 기술을 활용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와 대화 관계·맥락을 파악해 상황별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미들레이어 AI’도 공동 개발 중이다. 이 밖에 특정 도메인(쇼핑·지역 정보)에 특화된 ‘AI 메이트 쇼핑·로컬’과, 이용자 쿼리 맥락에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추론 기반 생성형 AI 검색 등 서비스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모델 오케스트레이션’이다. 내부·외부 AI 모델을 상황에 따라 조합해 최적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픈AI 등 외부 API 활용이 중요한 축을 이룬다. 카나나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됐다고는 하나 외부 기업과의 협력 중심 전략은 정부가 중시한 독자 개발 역량 기준과는 결이 달라 최종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것으로 보인다.


◇ 서비스 중심·혼합형 모델, 정부 기준과 온도차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국내외 주요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AI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달성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독자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작년부터 언어모델 경쟁보다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이어왔다. 2024년 6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도 가장 나다운 해답을 찾는 AI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며 “연내 카카오다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애플을 보면 결국 AI 시대에는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꼭 ‘위너’는 아닐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싸움은 어쩌면 언어 모델의 싸움이었다면 이제 결국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로 넘어가는 게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조는 2025년 8월 실적발표 자리에서도 반복됐다. 정신아 대표는 "정부가 말하는 소버린 AI나, 카카오가 추구하는 AI 전략은 사실 큰 틀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카오는 단순히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사용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국내 서비스에 붙이고 곧바로 시장에 띄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의 AI 모델 전략은 외부 모델과 내부 모델을 적절히 섞는 방식”이라며 “사용자의 질문이 복잡하면 오픈AI의 LLM을, 간단하면 소형 모델을 활용해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서비스 중심·혼합형 모델 전략 자체가 정부가 이번 사업에서 강조한 ‘프롬 스크래치’ 중심의 독자 개발 기조와는 방향이 다소 엇갈렸다고 볼 수 있다.



신동현 기자 tlsehdgus735@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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