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셀트리온과 휴마시스의 진단키트 공급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번진 지 2년여 만인 지난 3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양측의 책임을 나눠 판단하며 각각의 과실이 드러냈다.
이번 분쟁은 지난 2022년 1월 22일 체결된 1366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에서 비롯됐다. 이 계약은 코로나19 항원 진단 홈키트를 미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내용이다. 계약 기간은 처음에는 2022년 4월 30일까지였지만 같은 해 4월 말 셀트리온 측의 요청으로 종료일이 12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계약금액은 약 1억1478만 달러(당시 환율 적용 기준 약 1366억원)로 휴마시스의 연간 매출 대비 3배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셀트리온-휴마시스 소송전 연표. [자료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7/art_17515976269189_4732f1.png?iqs=0.7502717642205736)
그러나 계약은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공급 일정은 계속 미뤄졌고 결과적으로 전체 계약 물량 중 약 32.7%에 해당하는 약 447억원어치만 납품이 완료됐다. 나머지 919억원 상당의 물량은 납품되지 못한 채 2022년 12월 28일 셀트리온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휴마시스는 같은 날 해지 공시를 내고 “상대방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라고 주장했으며 법률 검토와 함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023년 1월 26일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을 상대로 미지급 물품 대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휴마시스 측은 “계약대로 납품한 물량에 대해 셀트리온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계약 해지도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약 12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같은 달 31일 맞소송을 제기했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의 반복적인 납기 지연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공급 기회를 잃었고 이에 따른 피해가 막대하다”고 반박하며 60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을 요구했다.
휴마시스는 민사소송과 별개로 2024년 1월 셀트리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단가 인하 요구와 계약 해지가 각각 하도급법 제11조(감액 금지), 제8조(부당한 위탁 취소 금지)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셀트리온은 그해 5월 손해액을 재산정하며 청구금액을 1821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2025년 7월 3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1심 판결을 통해 양측의 책임을 분명히 나눴다. 재판부는 우선 휴마시스의 납기 지연 책임을 인정하며 셀트리온이 입은 손해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에 지체상금 명목으로 약 38억877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셀트리온 역시 휴마시스로부터 납품받은 물량에 대해 정당한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지게 됐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약 127억1072만원을 휴마시스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상호 간 지급 의무를 상계하면 셀트리온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88억2296만원이 된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휴마시스의 공급 지연 사실을 인정했으나 셀트리온의 계약 해제 조치 자체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셀트리온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측은 공급 지연이 계약 해지 요건 중 하나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지 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판결 직후 셀트리온은 입장문에서 항소 방침을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앞으로 항소를 통해 계약 해제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며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휴마시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문이 나오지 않아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