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필리핀에서 맥도날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Jollibee). 최근 방문한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도 졸리비의 인기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각 매장마다 치킨과 밥, 그리고 그레이비 소스로 구성된 대표 상품 ‘치킨조이’를 주문하기 위해 줄이 늘어섰다.
이외에도 ‘염버거(Yumburger)’, ‘졸리 핫도그(Jolly Hotdog)’, ‘졸리 스파게티(Jolly Spaghetti)’도 현지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다. 이러한 메뉴를 보면 맥도날드와 차별화한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상승시켜 나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유통 전문가는 벤치마킹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맥도날드에서도 필리핀 사람들이 ‘치밥’을 즐기기 때문에 진출 초기부터 해당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졸리비의 창업자는 직접 미국으로 가 마스코트 캐릭터, 유니폼 활용 등 맥도날드의 사업전략 등을 벤치마킹했고 여기에 보다 현지인에게 맞는 소스를 개발하고 경쟁사 보다 낮은 가격으로 메뉴를 선보이면서 빠르게 점포를 늘려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맥도날드가 점포를 열면 바로 인근에 출점을 하는 전략이 주요했다고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 체인점만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 기업으로도 유명한데 인구밀도, 교통량, 경제지표 등을 활용해 출점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도 맥도날드가 생기면 그 지역에 인구가 밀집하며 주요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여긴다. 사실상 프랜차이즈에 대한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필리핀 업체로서는 맥도날드의 출점에 맞춰 해당 인근에 점포를 확보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198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필리핀 시장 진출에 나선 맥도날드의 공세 속에 졸리비가 생존을 넘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졸리비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필리핀의 소울 푸드(soul food)로 자리 잡았고 맥도날드가 넘볼 수 없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성공을 거둔 졸리비가 지난해 국내 '컴포즈커피'를 인수해 이목이 집중됐다. 필리핀 내에도 현지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은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로 중산층 이상이 주로 이용한다.
졸리비가 있긴 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구조가 필리핀 현지에 안착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때문에 현지 유통 전문가는 “졸리비가 한국 기업을 인수해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흡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맹점 운영·관리 역량을 높이면서 졸리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메뉴를 판매하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 후보에 올렸다는 시각이다. 실제 졸리비는 지난해 컴포즈커피에 이어 올해 노랑통닭을 품에 안을 계획이다.
벤치마킹에서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졸리비의 모습이다. 졸리비는 직원들이 일벌처럼 열심히 일하고 소비자의 일상에 달콤함을 더하기 원하는 창업자 토니 탄 칵티옹 회장의 설립 이념을 담고 있다.
K-프랜차이즈의 노하우가 필리핀 업체 졸리비의 DNA와 결합할 수 있을까. 컴포즈커피와 노랑통닭, 그리고 졸리비가 그릴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또 행복한 벌이 옮기는 K-프랜차이즈의 달콤함은 어떤 맛일까. 필리핀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