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독일 냉난방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이하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은 2017년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최근 급증하는 AI 기반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한 ‘삼성판 인프라 공급 체계’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플랙트는 100년 넘는 업력을 가진 유럽 최대 HVAC 전문기업이다. 데이터센터, 바이오, 제약, 플랜트 등 고난도 환경에 고효율 냉각 기술을 공급해 왔다. 액체냉각(CDU) 방식에서도 업계 선도 수준이다. 2024년에는 DCS 어워즈에서 ‘냉각 기술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삼성은 기존 상업용·주거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공조 사업에서 벗어나 이번 인수를 계기로 산업용·초대형 시설로 진입 중이다. 동시에 자사의 빌딩 제어 플랫폼인 ‘b.IoT’와 플랙트의 제어 솔루션 ‘FläktEdge’를 연계한 통합 스마트빌딩 솔루션 확대도 준비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6339114982_4a6a19.jpg)
삼성은 이미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의 합작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번 플랙트 인수로 유럽까지 거점을 확장하면서 HVAC 북미-유럽 양축 전략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플랙트는 유럽, 중동, 아시아 데이터센터 및 공공기관에 냉각설비를 납품한 실적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씩 투입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리고 있다.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데이터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성능 연산은 필연적으로 고열·고전력 환경을 동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각 설비는 단순한 보조 장비가 아닌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이 2024년 340억 달러에서 2030년 6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최근 플랙트를 포함해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소니오(메드텍), 옥스퍼드 시멘틱(AI), 마시모 오디오사업부(전장) 등 다방면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고성능 연산, 지능형 설비, 에너지 제어 등 AI 인프라 생태계에 필요한 기술을 분산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공조사업 확장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냉각, 전력, 제어 기술을 하나씩 확보하는 과정에서 플랙트는 핵심 축 중 하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소니오(메드텍), 마시모(전장) 등 다른 투자들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성은 각 분야의 기술을 연결해 AI 인프라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려는 장기 전략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