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R&D분석] GC녹십자, 자산화율 '3%'로 잭팟 노린다

등록 2025.05.09 07:39:54 수정 2025.05.09 08:34:58

희귀질환·혈액제제·백신 등 고위험 분야 집중
무형자산 보수적 인식으로 실적 왜곡 최소화

[편집자 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R&D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다. R&D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기술 자산을 구조화하는지가 전략 로드맵의 핵심이기도 하다. 연구개발비가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FETV는 R&D 전략과 자산 구조를 통해 각 사의 재무구조와 미래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FETV=김주영 기자] GC녹십자는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자금 중 3%만 자산으로 인식하는 보수적 회계 기준을 고수하며 희귀질환·백신·혈액제제 등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에 R&D 역량을 집중하는 ‘고위험 고수익’ 구조의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녹십자는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24년 연결 기준으로 총 연구개발비는 1746억원이다. 같은 해 자산화된 개발비는 55억원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체 R&D 투자비용의 약 3% 수준이다. 대부분의 연구개발비가 당기 비용으로 처리돼 손익에 즉시 반영된다. 전략적으로 검증된 고부가가치 과제에만 자산을 인정하는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면 단기 손익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녹십자는 상용화 가능성이 명확한 일부 핵심 과제를 제외하곤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단기 이익 부풀리기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기반으로 재무구조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녹십자의 연구개발 전략은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가 아니라 고진입장벽 영역에 집중한 대표적 사례다. 현재 녹십자가 집중하고 있는 주요 과제는 대부분 희귀질환 치료제며 글로벌 공동개발이나 선진국 임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혈우병 치료제 MG1113A는 기존 치료제 대비 투여 편의성이 개선된 차세대 항체 치료제로 현재 임상 1b단계를 진행 중이며 헌터증후군 치료제 GC1123B는 기존 정맥주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뇌실 내 직접 효소를 투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산필리포 A형 치료제 GC1130A와 파브리병 치료제 GC1134A도 각각 뇌실 내, 피하 투여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대부분 다국적 공동개발을 통해 글로벌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환자 수가 적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며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사 진입이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무형자산 구성에서도 GC녹십자의 고위험 고수익을 향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무형자산 총액은 약 307억원이며 이 중 개발비는 109억원으로 전체의 35% 수준을 차지한다.

 

개발비는 대부분 혈액제제, 백신, 일부 희귀질환 치료제 등 녹십자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높은 진입장벽 영역에 국한돼 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복제약이나 일반 제네릭 품목, 개량신약 등에서의 자산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산화 대상이 전략적으로 고진입장벽·고성공가능성 과제로 한정되다 보니 손상차손 발생 역시 최소화됐다. 2024년 기준 개발비 관련 손상차손은 0원이었고, 누적 손상차손도 약 3억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과거 자산 또는 회계상 조정 수준으로 자산화 자체를 신중하게 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상업화 가능성이 낮거나 기술적 불확실성이 큰 과제는 아예 자산화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손상 리스크 자체를 줄여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을 주지만 실현 가능한 과제만 자산으로 인정하는 구조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손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녹십자의 R&D 전략은 인력 배치와 조직 구조에서도 일관된 집중 형태를 보인다.

 

전체 연구인력 432명 가운데 석·박사급 인력이 294명에 달하며 이들 중 다수는 RED본부와 MSAT본부에 집중 배치돼 있다.

 

RED본부는 초기 후보물질 발굴, MSAT본부는 공정 최적화와 기술 고도화를 담당하는 부서로 모두 고난도 연구에 특화된 조직이다. 이는 단순히 R&D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집중하고자 하는 희귀질환 및 혈액·백신제제 중심의 과제를 정교하게 추진하기 위한 구조다.

 

이러한 고위험 고수익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혈액제제 분야에서는 면역글로불린 제품인 IVIG-SN(제품명: ALYGLO)이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며 국산 혈액제제로서는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약 116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ALYGLO는 장기간에 걸친 규제 대응과 품질 고도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앞으로 녹십자는 ALYGLO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형과 제품군으로 확대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백신 분야 또한 녹십자의 집중 전략이 반영된 영역이다. 독감백신, 수두백신, 탄저백신 등은 모두 WHO의 PQ 인증을 획득하거나 신청 완료 상태이며 국제 입찰을 통한 공급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23년 WHO PQ를 획득한 수두백신 ‘배리셀라주’는 국내 개발 제품으로 국제 품질 기준을 통과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처럼 녹십자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혈액제제 및 백신 기술력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중심 파이프라인으로 전략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R&D 전략은 장기적인 실현 가능성과 시장성과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으며 실적보다 과제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희귀질환 및 면역질환 중심의 고부가가치 영역에 R&D를 집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jepdd@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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