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말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8%대로 치솟으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PF 부실이 수면위로 떠오른 탓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요구하면서 저축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FETV는 주요 저축은행별 PF대출 현황과 이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물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
[FETV=임종현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올해 초 이재웅 전무를 리스크관리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이재웅 전무는 2017년부터 위험관리 업무 총괄, 위험관리책임자, 통합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대출 영업 재개 등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여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건전성 악화에 여신 취급 보수적 전환·자산 점진적 축소
한때 총자산 6조원을 넘기며 '빅5 저축은행'으로 꼽히던 페퍼저축은행의 자산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조8914억원으로 201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3년 호주계 자본인 페퍼그룹에 인수된 후 경기도와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자산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등 복합적 대내외 악재로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여신 취급을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페퍼저축은행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4.18%로 전년(12.86%) 대비 1.32%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총여신은 2조2801억원으로 전년(3조6009억원) 대비 3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분류여신도 30.1% 줄어 3234억원을 기록했지만 총여신 감소 폭이 더 컸던 탓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연체율 역시 9.82%로 전년(9.39%) 대비 0.43%p 상승했다.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대출 잔액은 크게 줄었지만 연체액 감소 폭은 제한적이어서 전체 연체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여 한도 준수 및 자산건전성 분류 현황에 따르면 부동산PF대출·건설업·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액은 3779억원으로 전년(7102억원) 46.7%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체액은 704억원으로 19.9% 감소하는 데 그쳐 대출 잔액 감소 폭에 비해 연체액 감소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개인회생 증가 등 복합적 대외 악재 속에서 리스크관리와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라며 "PF대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며 적극적인 부실채권 매각, 비용효율화 등 경영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출 영업 본격화, 리스크 관리 과제로 부상
페퍼저축은행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외부 불확실성 완화와 시장 여건 회복 조짐 추세에 큰 고비를 넘었고 대출 영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확대에 따라 리스크관리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년간 리스크 관련 업무를 경험한 이재웅 전무가 이번 목표 달성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전무는 1962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상무대우로 임원에 오르며 위험관리 업무총괄을 담당했다. 이후 위험관리책임자, 통합리스크관리본부장를 거쳐 리스크관리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무와 함께 리스크관리 체계를 이끌 인물로는 티모시루이스세실 전무가 있다. 1969년생인 그는 IE Business School, Docto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졸업하고 지난해 10월 위험관리책임자(CRO)로 선임됐다. 페퍼그룹 출신으로 현재 경영지원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퍼저축은행의 임원별 자격요건을 보면 저축은행 사내이사 또는 업무집행책임자 중에서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체계는 크게 리스크관리부문과 위험관리책임자로 이원화돼 있다. 리스크관리부문은 위험관리책임자 및 통합리스크관리본부와는 별도로 신용리스크 전담 조직이다. 신용여신리스크관리부 담보여신리스크관리부 기업여신리스크관리부가 각 여신 신청에 대한 심사 및 승인을 담당하고 자산관리부가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위험관리책임자가 이끄는 통합리스크관리본부는 자산 운용 및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점검하고 관리한다. 위험관리위원회가 승인한 전략과 정책을 바탕으로 세부 프로세스를 수립·운영하며 영업 부문과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