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R&D분석] 대웅제약, 기전·적응증 쪼개기로 '자산가치' 높인다

등록 2025.04.25 14:00:30 수정 2025.04.25 14:00:41

단일 파이프라인 집중 대신 기전별 다각화 전략 구사
임상 실패 줄이고 상업화 넓히는 ‘분산형 포트폴리오’

[편집자 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R&D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다. R&D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기술 자산을 구조화하는지가 전략 로드맵의 핵심이기도 하다. 연구개발비가 단순한 투자가 아닌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FETV는 R&D 전략과 자산 구조를 통해 각 사의 재무구조와 미래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FETV=김주영 기자] 대웅제약이 같은 성분을 여러 형태로 분화시키고 서로 다른 질환을 겨냥한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으로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실적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면서 전체 매출의 18% 이상을 R&D(연구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연결기준 매출 1조4226억원, 영업이익 14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7% 증가하며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최대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같은 해 R&D 비용은 2325억원으로 매출 대비 18.5%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499억원이 무형자산으로 처리됐는데 이는 전체 R&D 비용의 21.5%에 해당한다.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연구 개발에 투자한 자금이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전환해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제약사들의 자산화 비율은 10% 안팎이다. 21.5%라는 자산화 비율은 단순한 회계상의 수치가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의 안정성과 구조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대웅제약의 자산화 전략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기전 쪼개기’다. 동일한 기전의 약물을 다양한 형태로 개발해 각각을 개별 파이프라인으로 분리하고 이를 자산화하는 구조다.

 

대웅제약은 당뇨병 치료제 Enavogliflozin 계열은 단독요법, 인슐린 병용요법, 서방형 제제 등으로 나뉘어 개발하고 있다.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서방형은 복약 순응도를 겨냥해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나의 기전을 단일 후보물질로 제한하지 않고 임상 및 시장의 요구에 따라 변화시킴으로써 자산화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시장 확장 가능성을 높인다.

 

신약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기전 쪼개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웅제약은 적응증 별로도 상이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개발·자산화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질환 영역을 동시에 겨냥하면 임상 실패나 시장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성공 가능성과 상업적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대웅제약이 자산화한 파이프라인은 총 26개로 대표 과제인 HL036(탄파너셉트)에는 598억원이 투입됐다. 전체 자산화 개발비 2027억원 중 약 29.5%를 차지한다. HL036은 안구건조증 치료제로 앞선 당뇨병 치료제와는 또 다른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웅 제약의 자산화 전략은 기전별, 적응증별로 고르게 분산돼 있어 단일 후보물질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로 구축됐다. 

 

대웅제약의 자산화된 과제 대부분이 임상 3상 단계 또는 글로벌 임상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신약 개발에 대한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다. 향후 자산으로서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자산화 과제인 HL036(안구건조증 치료제)은 미국에서 세 번째 임상 3상(VELOS-4)에 돌입했으며 HL161(자가면역 치료제)은 다수 적응증으로 북미·유럽에서 임상 3상을 병행 중이다.

 

이처럼 여러 갈래로 쪼개진 다수의 자산화가 상용화 직전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개발비 회수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전체 개발비 2302억원 중 손상 처리된 금액은 274억원이다.

 

2024년 4분기 IR을 보면 대웅제약의 분산·다각화 전략은 재무적 전략 뿐이 아닌 R&D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적응증과 적용기전을 가진 제품을 개발 중이며 한 제품에 집중된 모습이 아닌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내세우고 있다.

 

 

대웅제약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특정 적응증에 집중된 구조가 아니다. 자가면역질환, 비만, 대장염, 폐섬유증, 파킨슨병, 고형암 등 질환군 전체를 포괄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자가면역 분야만 해도 ITK/BTK 이중억제제(DWP213388), JAK3/TFK 이중억제제(DWP212525) 등 다수의 신약이 동시에 개발 중이다. DWP213388은 글로벌 기술수출(총 4.7억 달러 규모) 이후 최근 계약이 반환됐지만 여전히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호흡기 분야에선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인 Bersiporocin이 글로벌 임상 2상 중이며, PRS 억제를 기반으로 켈로이드와 전신경화증에도 적응증을 넓히고 있다.

 

비만 분야에서는 기존 GLP-1 제제를 넘어서 비인크레틴 기반 복합제인 DWP306001을 개발 중이며, 나노마이셀 기반 점안제(DWP308008) 등 제형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신경계에선 Nurr1 활성화 기전 기반의 파킨슨병 치료제(DWP307399)가 캐나다 임상 1상에 진입했고 향후 질환 조절(Disease-modifying)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의 대표적인 상업화 성공 사례는 펙수클루(Fexuprazan)와 엔블로(Enavogliflozin)다. 이 두 제품 역시 다양한 적응증과 기전 쪼개기로 대웅제약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펙수클루는 기존 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 야간 산분비 억제 등에서 차별성을 입증하며 위식도역류질환, 유지요법, NSAIDs 유도 궤양 예방 등 다수 적응증으로 확장됐다.

 

엔블로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SGLT2 억제제 계열로, 낮은 감염 부작용과 적은 유효용량 등에서 경쟁약 대비 우위를 보이며 국내 발매에 이어 복합제 엔블로멧까지 라인 확장에 성공했다. 중국 임상 3상과 NDA도 진행 중이며, 브라질·멕시코 등에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펙수클루와 엔블로를 포함해 현재까지 대웅제약이 개발을 완료한 신약 및 개량신약은 30건을 넘는다. 펙수클루는 위식도역류질환 외에도 위염, 궤양 예방, 유지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했으며 해외 파트너사들과의 기술수출도 진행됐다.

 

엔블로 역시 2023년 국내 출시 이후 서방형 제제 ‘엔블로멧’까지 출시하며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그 외에도 고혈압·고지혈 복합제(올로스타, 올로맥스), 기능성 소화불량제(가스모틴CR), 지방 개선제(브이올렛주), 항암 보조제(덱사하이), 자사전환 제네릭 등을 포함해 대웅제약의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는 이미 상업화 돼있다.

 

연구인력은 2024년 기준 석박사급 224명이 활동 중이며, 제제기술, 신약디스커버리, 분석, CMC 등 조직별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특히 AI 기반 신약 설계, 마이크로니들 제형, 비인크레틴 계열의 비만 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파이프라인 발굴이 특징인 회사”라며, “대웅제약이 가지고 있는 재무적 체력과 조직 규모가 이를 뒷받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2년 연속 신약 개발에 성공한 회사인만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라며, “여러 분야에 가능성을 두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jepdd@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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