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부터 성공적으로 도입한 '직무 기반 HR' 제도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주요 신사업 영역을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사 제도 개편의 시험대에 올랐고 그 성과의 경험이 그룹 전반에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롯데그룹 오너 3세이자 승계 중심에 서 있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부사장의 경영행보와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경직된 인사 제도를 직무의 전문성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그룹 전반 조직문화를 전환시켜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진 롯데지주 IR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3853376835_8bd848.jpg)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직무 기반 HR 제도를 수립한 후 지난해 5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도입했다. 롯데지주의 HR혁신실을 이끄는 박두환 부사장이 인사 제도를 손을 본 후 이를 신 부사장이 주요하게 사업을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적용한 양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1년에 출범한 롯데그룹의 계열사다. 그룹 내에서도 설립 초기부터 신사업 추진 영역이었던 만큼 조직을 유연하게 구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직무 기반 HR 제도의 '테스트 베드'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부터 롯데지주 HR혁신실은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연공서열 대신 직무 가치와 전문성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각 계열사의 사업영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적용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 여부는 계열사 경영진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기존 인사제도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기획된 이 제도는 사실상 롯데이노베이트에 첫 도입됐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거세지면서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다시 적용되며 다시 추진력을 얻었고 올해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으로 확산되는 성과가 생겼다.
직무 기반 HR은 직무를 중요도와 전문성에 따라 레벨1~5로 분류하고 직무등급에 따라 기본급이 달라지는 구조다. 고부가가치 직무에 높은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성과급은 별도로 산정된다.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연차나 직급 중심이 아닌 ‘일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직무 기반 HR 제도는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적 인사 시스템을 유지해온 롯데 입장에서 큰 전환이다. 실제로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이 직무급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전면 도입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롯데그룹도 전 계열사에 도입하지 않고 일부 신생 조직을 중심으로 제도를 실험적으로 적용한 배경이다.
이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직무 기반 HR 제도를 도입한지 1년이 됐다. 실무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성공적으로 안착된 것으로 롯데그룹이 판단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던 셈이다. 또한 연구개발(R&D), 사업개발(BD) 등 고성과 직무군에서는 제도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존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모든 인사 제도에는 찬반이 있기 마련이고 저희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설명회를 통해 충분한 안내와 동의 절차를 거쳐 도입했으며 아직은 뚜렷한 성과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내부적으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