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키움증권이 잇단 전산 장애로 리테일 강자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발생한 주문 지연 사태는 미국 관세 정책과 대통령 탄핵 등 변동성이 큰 이슈들과 맞물리며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겼다. 이틀간 키움증권 고객 게시판에는 주문이 접수되지 않거나 체결이 지연돼 손실을 입었다는 항의성 글이 700건이 넘게 올라왔고,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사측이 피해 보상 민원을 접수 중이긴하나, 무너진 투자자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키움증권이 업계 최고 수준의 전산 관리 투자를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준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의 전산 운용비는 1097억 원으로, 이는 삼성증권(1055억 원), 미래에셋증권(897억 원)보다 많았다. 여기다 매년 20%씩 전산운용비를 증액해왔음에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비용만으로 전산 오류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이나 IPO 등으로 단기 트래픽이 급증할 경우 전산 장애는 어느 증권사든 발생할 수 있다”며 “변수가 워낙 많아 전산 오류는 비용을 투입한다고 해서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완전히 예방할 순 없더라도, 이번과 같이 중요한 시점에 전산오류가 발생한 경우 고객들의 이탈 속도는 빠를 수 밖에 없다. 키움증권은 2005년부터 19년 연속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리테일 투자자 기반이 매우 두텁다. 그만큼 고객 신뢰가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토스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수수료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들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의 리테일 분야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고객신뢰와 리테일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내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엄 대표는 작년 1월 취임 당시,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흔들리던 키움증권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는 취임 후 그룹위험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고, 1년만에 영업이익을 두배 가량 성장 시키며 위기관리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주문지연 사태는 고객 이탈 및 피해자 보상과 직결되기에 실적 개선보다 더 어렵고, 난해하다. 하지만 사측에서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다 되가도록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공식적인 입장 표명 조차 없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낸 엄 대표가 이번 전산 오류 사태에도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무너진 키움증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