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유한양행이 지난해 매출 증가로 업계 첫 ‘2조 클럽’의 문을 열었지만 수익성이 약화되는 성적을 받았다. 연구개발(R&D) 확대와 신약 출시 일정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20일 유한양행이 발표한 2024년 연결 기준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조6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 중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55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급감했다.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 지표가 크게 악화한 것은 연구개발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는 2247억원으로 전년(1199억원) 대비 87.5%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10.5%에서 13.0%로 확대됐다. 연구개발비 증가와 함께 연구개발 인력도 늘었다. 지난해 417명이었던 연구개발 인력이 올해 447명으로 확대됐다.
연구개발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약 연구 및 초기 개발 단계에서 투입되는 경상개발비가 2247억원으로 전년(1199억원) 대비 87.5% 증가하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경상개발비는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의 탐색부터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특별한 이유로 자산화되지 않는 대부분의 R&D 지출이 이 항목으로 분류된다.
반면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신약에 투입된 개발비는 줄었다. 무형자산으로 계상된 개발비는 113억원으로 전년(308억원)보다 감소했다.
이는 상용화보다 임상 및 초기 연구에 더 많은 비용이 집중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종양, 대사·심혈관·신장, 면역·염증, 신경계 등의 분야에서 30개 안팎의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핵심 자산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임상과 허가 전략이 회사의 연구개발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렉라자의 미국 시장 출시가 지난해 9월에 이뤄지면서 매출 반영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유한양행은 2023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렉라자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승인은 하반기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반영이 4개월치에 그쳤고 이로 인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유한양행은 올해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올해부터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렉라자가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추가적인 허가가 확정될 경우 해외 시장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렉라자의 병용 치료제인 얀센의 리브리반트(피하주사 제형)도 FDA 승인 대기 중이다. 승인될 경우 병용 처방이 확대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렉라자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병용 치료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증가는 장기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며 “올해는 연구개발의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