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폴란드 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성태 기업은행장(왼쪽 6번째)이 주요 인사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IBK기업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49/art_17330982147449_7335d0.jpg)
[FETV=권지현 기자] "미래 국가 경쟁력은 중소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달려있다. 중소기업의 살 길은 기술인데, 유망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IBK가 돕겠다."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중소기업 생태계 확장 지원을 약속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국내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폴란드와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잇달아 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보다 현지 성장 동력을 더 빠르게 만들어내며 은행권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폴란드 현지 사업은 김 행장의 첫 번째 해외 사업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브로츠와프에 사무소를 개소한 바 있다. 이번 법인 설립 인가는 올해 3월 신청 후 약 8개월 만의 결실이다. 통상 법인 설립 신청 후 설립 인가까지는 1년~1년6개월가량이 소요되지만 내부 테스크포스를 통해 역량을 결집, 단기간에 인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기업은행은 영업인가를 신속히 취득한 뒤 내년에 법인을 조기 출범할 계획이다.
현지 법인 출범은 국내 은행권 첫 사례다. 기업은행 폴란드법인 위치는 수도 바르샤바로 결정됐다. 폴란드 사무소 위치가 바르샤바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떨어진 폴란드 남서부 대도시 브로츠와프임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결정이다. 사무소를 활용해 폴란드 영업 전환에 속도를 냈다면, 이번 바르샤바 법인을 통해서는 폴란드를 포함해 동유럽 내 전략적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까지 기업은행의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유럽의 주요 생산기지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추가 지점 개설과 유럽 진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본점이 위치할 예정"이라며 "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진출기업들의 현지통화 대출, 외환거래 등 금융 애로사항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폴란드 진출은 그간 열악했던 현지 금융지원을 본격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우리은행이 카토비체에, 유럽신한은행이 브로프와프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있다. 폴란드가 최근 몇 년 새 전기차 배터리 생산 허브로 떠오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동유럽으로 시야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4대 은행 중 하나은행만이 체코에 현지법인지점 1곳, 터키에 대표사무소 1곳을 운영 중이다. 폴란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을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폴란드는 서유럽과 중동부유럽을 잇는 지리적 위치, 우수한 노동력, 원가 경쟁력 덕에 2023년 기준 국내기업 약 370곳이 진출해 있다. 누적 투자액은 약 60억달러, 교역규모는 연 9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 제조 강국인 독일과 인접해 유럽 전기차 생산기지로 부상, 대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와 함께 협력 중소기업들의 신규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폴란드에서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 금융회사는 아직 없다. 폴란드 진출기업의 현지 금융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금융권의 폴란드 진출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의 바르샤바 법인 추진은 '소실되지 않은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은행은 2018년 9월 동유럽 폴란드 최대 상업은행인 PKO은행과 외환, 국제금융, 투자금융(IB) 협력 등을 위해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은행이 폴란드 대표사무소 개설 계획을 밝힌 것도 이때였다. 이후 1년여 만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탓에 폴란드에도 전쟁 피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하자 사무소 개설 계획을 미뤘다.
끈질기게 현지 상황과 관련자들의 의사를 타진한 결과 4년 4개월 만에 폴란드 KNF에 사무소 인가 신청서를 제출, 또 그로부터 약 1년 2개월 뒤에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지난해 1월 기업은행 수장이 된 김 행장은 이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대로 차질 없이 사무소, 법인이 설립될 수 있도록 진두지휘했다.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폴란드 수도를 직접 공략하는 기업은행의 이번 법인 설립은 향후 국내 은행 현지 영업 확장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폴란드 PKO은행 내 코리아 데스크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하나은행은 지점 설립을 검토 중이다. 유럽우리은행(독일)은 폴란드 지점 인허가를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 내 정식 개소할 계획이며, 수출입은행은 사무소 등기 인가 신청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문을 열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본국 파견 직원 수는 5명 수준이지만 향후 본국 주재원 및 현지직원 채용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내 진출기업과 진출기업 관련 현지 우량기업 위주로 영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