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148/art_17327558543284_744f5e.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 10월 0.25%p 내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안그래도 국내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0.25%p 내린 3.0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다시 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한 배경에는 유동성을 확대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부양해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뒷걸음쳤으며, 3분기 성장률 역시 0.1%에 그쳤다. 이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은 한국 경제·금융의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 트럼프 공약대로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이 본격 실행되면 수출 증가세 둔화, 원화절하(가치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에 이날 한은은 이런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해 내년 성장률을 1%대까지 낮춰잡았다.
이런 가운데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금리인하 부담을 줄여줬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3.1%를 정점으로 4~8월에는 2%대로 하락한 뒤 9월 1.6%, 10월 1.3%로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전망치대로 11월 결과가 나온다면 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게 된다. 한은의 통화 긴축의 제1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달성돼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떨어졌을 때는 실질금리가 상당히 긴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긴축적 수준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가계대출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그 상승 폭이 잦아들고 있는 점도 이번 금리 인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빚 증가의 주요 원인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달 3.6조원 증가, 9월 증가분(6.1조원)에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다만 고환율은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내리지 않고 1400원선을 횡보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값 상승 압박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그간 가계대출 상승세를 억누르기 위해 대출 규제 정책을 펴왔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할 때 서울 집값은 0.38%p 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시장은 내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인하 주장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 내다봤다. 인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 뉴노멀(새 기준)인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며 "원화 가치도 다소 더 떨어진다 해도 국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