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3개월 새 7건.
신한은행이 상품·서비스 출시를 위해 최근 이종(異種)업종과 손잡은 횟수다. 해 아래 새것이 없듯 협력 내용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보름에 한 번꼴로 움직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국내 대형은행 중 가장 활발한 행보다.
'신한 생태계 확장'을 '다짐'한 정상혁 은행장을 주축으로 신한은행이 비(非)금융사와 적극 제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금융이 아닌 타(他) 업종과의 적극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 나가자"며 올해 다양한 협력을 예고한 바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아성다이소와 함께 제휴 콘텐츠 '월간 daiso'를 시작했다. 다이소 고객이 신한은행 입출금 계좌, 적금상품 등을 새로 만들면 다이소 상품권, 멤버십 포인트를 제공한다. 자녀 이름으로 금융상품 가입 시 다이소 1만원 상품권과 행복바우처 최고 2만원을 제공하는 '우리아이 통장 만들기'도 지원하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색다르고 유익한 경험과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업종과의 제휴를 맺고 생활 금융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다이소와 손잡은 건 다이소-쏠(SOL) 페이를 함께 개발하기로 한 2018년 11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지난달에는 대우건설과 '클린페이' 도입 협력에도 나섰다. 클린페이는 건설 근로자 임금과 하도급 업체 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특수목적용 자금관리 시스템으로, 신한은행은 페이컴즈와 클린페이를 공동개발했다. 클린페이를 통해 대우건설은 하도급 대금 체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협력 업체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도울 수 있게 됐다. 당시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는 "건설현장 임금체불 방지 등을 지원하는 클린페이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해 클린페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정 행장은 "대우건설과의 이번 협약으로 공공기관 중심으로 진행되던 클린페이 영역이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장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신한은행은 앞선 5월과 6월에는 경인석유, 세종텔레콤과 각각 협력해 이목을 끌었다. 신한은행은 경인석유가 운영하는 외동휴게소(포항방면) 'QR주문 결제 서비스' 운영을 위해 경인석유와 업무협약을 체결, 휴게소 고객이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테이블에 놓인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스캔해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경인석유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전국 휴게소로 QR주문 결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세종텔레콤의 경우 신한은행은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토큰증권 공동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은행은 세종텔레콤의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 '비브릭'과 연계한 '입출금 및 잔액조회' '예치금 관리'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 등을 진행하며, 신한투자증권과는 향후 토큰증권 발행·유통 지원 등을 함께 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토큰증권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토큰 발행부터 유통까지 전반에 걸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 행장의 '이종업 광폭 행보'는 은행 제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경인석유와 세종텔레콤은 모두 은행권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신사업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은행이 사업 확장과 고객 모집을 위해 바지런히 파트너사를 찾았다는 방증이다.
비금융사와의 다양한 파트너십은 'BaaS'(금융사가 비금융사에 금융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 배달앱 '땡겨요' 등 신한은행 기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해 줄 수 있으며, 토큰증권, 'AI 은행' 처럼 상대적으로 시작 단계인 사업의 경우에는 은행이 좀 더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구사토록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세종텔레콤과의 협력은 신한금융그룹 증권 계열사도 함께 해 그룹 차원의 고객 유치와 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협업 활동도 중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종업종들과의 잇단 협력이 신한은행 소프트 파워와 맞물리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정 행장은 비즈니스 영역 확장의 필수조건으로 '직원 경쟁력'을 언급, "주도적으로 성장에 힘쓰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프로 금융인으로서의 시야를 넓혀 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