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밝힌 날 '특혜대출'...우리금융은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등록 2024.08.12 10:16:58 수정 2024.08.12 10:17:07

 

[FETV=권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우리금융그룹 전임 회장의 친인척에게 600억원대 특혜성 부당대출을 내준 혐의가 포착되면서 우리금융이 어렵게 회복해가고 있는 '고객 신뢰'가 또 한 번 흔들릴 위기를 맞았다.

 

특혜대출이 드러난 날 공교롭게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직접 '밸류업' 계획을 발표, 그룹 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00억원대 횡령에 이어 2개월 만에 또 다시 거액의 부실대출 사고가 터지자 주주환원 새 비전을 공언하기에 앞서 내부 손질 및 쇄신부터 확실하게 힘쓰는 게 먼저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잇달아 적발된 횡령·부당대출이 '고객 신뢰'를 강조한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두 CEO(최고경영자) 모두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혁신' 내건 회장·행장 취임 1년이 지나도...'금융사고 은행' 오명 여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민원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6~7월 우리은행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은행이 모회사인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처남댁·처조카 등)을 대상으로 총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출은 2020년 4월 3일~올해 1월 16일 이뤄졌으며, 해당 대출액 중 350억원(28건)이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서류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해줬으며, 대출 취급·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점 전결로 임의 처리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서류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대출 전 과정에서 약 4년간이나 내부통제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내준 대출액 중 약 200억원은 이미 연체나 부실 대출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최대 손실 예상액은 158억원 규모다. 

 

 

이번 특혜대출은 그룹이 회장·행장을 새로 맞은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적발된 터라 더 뼈아프다. 앞서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 신뢰' '혁신'을 동일하게 내걸었다. 두 CEO는 지난달 "임직원 모두 절벽 끝에 선 절박한 마음으로 자성하자"(임종룡)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조병규)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형 금융사고를 또 맞으면서 결과적으로 공염불을 한 셈이 됐다. 

 

◇"밸류업보다 레벨업 시급"...시장 선택받으려면 신뢰 제대로 쌓아야

 

부실대출은 우리은행이 거둔 호실적과 임 회장이 전면에 나서 밝힌 그룹 밸류업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6740억원을 기록, 2019년 지주 설립 후 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임 회장은 지난 8일 금융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진행, 11일에는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하고 "본업경쟁력 강화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재무성과를 창출하겠다"고 한 간담회 발언을 공개했다. 하지만 같은 날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특혜대출 내용을 밝히면서 임 회장이 드러내려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뒤로 비켜서게 됐다. 

 

우리금융이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시장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내는 것보다 금융업 본질인 신뢰를 제대로 쌓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어느 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이 당장 문제가 아니라 내부 조직 기강 및 내부통제 '레벨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특혜대출에 대해 "자체 내부통제와 부실여신 책임규명 과정에서" 발견했다면서 부당대출은 "대부분 2020년 4월~2023년 초에 취급됐다"고 했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임 회장(작년 3월 취임)과 조 행장(작년 7월 취임)의 책임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강조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고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충분치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이미 취급한 여신 회수·축소, 부실규모 감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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