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운영하는 한양증권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울고 웃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2일,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KCGI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한양학원이 보유한 지분 11.3%를 포함, 백남관광(10.85%)과 에이치비디씨(7.45%)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한양증권 지분 30%가량으로, 총 2448억원에 달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한양증권이 웃었다. 한양증권 우선주는 지난 5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도 7% 넘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매각 기대감과 KCGI의 행동주의 펀드 이미지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KCGI는 그동안 적극적인 투자 스타일로 주목받아왔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KCGI가 한양증권의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KCGI가 한양증권을 인수한 뒤 한양학원이 다시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파킹 딜' 의혹이 제기되면서 KCGI의 진정한 인수 목적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한양학원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했으며, 3주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또한, 한양학원은 김종량 이사장과 함께 지분 9%를 보유하면서, 매각 이후에도 한양증권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한편 KCGI는 입찰 막판 600억원 추가 베팅을 통해 인수 가격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인수 확률도 높였다. 이는 KCGI가 한양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한양증권의 인수로 인해 신용등급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에 등급 유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CGI의 행동주의 펀드 정체성 논란이 있다는 점은 악재다. KCGI는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여러 기업에 투자했지만, 실제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양증권 노조는 KCGI의 인수 소식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KCGI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재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고용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KCGI가 과거 투자 했던 기업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KCGI는 노조 안정 계획을 발표하며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KCGI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파킹 딜 의혹 및 KCGI의 자금 조달 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 결과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 및 한양증권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양증권은 현재 IB (투자은행) 부문과 채권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KCGI는 한양증권의 강점을 바탕으로 IB 부문과 채권 부문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 증권, 부동산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종합 금융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