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IBK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1∼6월) 영업력 지표 악화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대손충당금(신용손실에 대한 손상차손)을 덜 쌓은 덕분이었다. 대형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핵심이익이 뒷걸음질 친 만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당금 덜 쌓은 덕에 역대급 실적...NIM 5개 분기 연속 하락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별도) 1조25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조2004억원)보다 4.9%(584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역대급 순익 달성에도 웃을 수만은 없다. 기업은행 호실적은 이익 증가가 아닌, 충당금 감소 영향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충당금전입액은 7364억원으로, 1년 전(1조932억원)보다 32.6%(3568억원) 줄어들었다. 금융사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채권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 순익에서 제외한다. 대손충당금이 감소하면 그만큼 당기순이익은 증가하는 구조다.
기업은행은 충당금을 3500억원 이상 덜쌓고도 순익은 6분의 1 수준인 약 6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성적은 대손충당금 규모를 감안하면 오히려 부진한 실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기업은행의 6월 말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은 2조4287억원으로 1년 전(2조6470억원)보다 8.2%(2183억원) 줄어들었다. 일반관리비가 불어난 데다 돈 버는 창구인 이자·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이자·비이자이익 모두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자이익은 3조642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344억원)보다 2.5%(922억원) 감소했으며, 수수료이익, 신탁관련이익, 유가증권 투자관련이익 등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42.1%(923억원) 쪼그라든 1267억원이었다.
특히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이 900억원 이상 줄어들자 곧바로 수익성 지표에 악영향을 줬다. 6월 말 기업은행의 누적 순이자마진(NIM)은 1.73%로, 1년 전(1.83%)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022년 9월 말(1.71%)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기업은행 NIM은 작년 3월 말 1.87%를 기록한 이래 올해 6월 말까지 5개 분기 연속 떨어졌다.

◇이자 수익·비용 관리 힘써야...김성태 행장 "개인고객 통해 중기금융 보완"
올해 상반기 NIM이 하락한 데는 핵심예금 증가에도 대출금이자 하락세가 잇따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 2분기 모두 대출금이자가 직전분기보다 각각 1.7%, 0.7%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고비용인 중금채이자는 1년 전(3조4104억원)보다 18.3%(6232억원) 불어 4조336억원을 나타냈다. 2022년 6월 말 1조3000억원을 밑돌던 중금채이자는 작년 6월 1년 만에 3조원대 중반으로 훌쩍 뛰더니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섰다. '중금채'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 투자·대출 재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채로,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기에 금리가 국고채보다 높다.
하반기에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지속 반영되고 은행간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은행이 수익성 반등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우선 1700만명 개인고객을 활용해 저원가성 예금 및 대출자산 등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달 1일 열린 기업은행 창립 63주년 기념식에서 김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개인고객을 통해 우리의 핵심역량인 중기금융을 보완하고 유니버설 뱅킹으로서의 종합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업고객뿐만 아니라 개인고객을 위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서비스도 혁신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