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주는 연령 기준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대구시도 올해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66세로 한 살 높여 단계적으로 오는 2028년 70세로 높이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렇게 지방자지단체들이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의 배경에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의 나이 기준을 조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복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 65세가 되면 교통비는 물론 노인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산세 감면, 연말소득공제, 건강검진, 노인 일자리 등 여러 지원의 대상이 되고 복지 혜택이 다양해져 지자체들의 재정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이나 고령자의 정의는 법률이나 제도에 따라 다르며 일률적인 기준은 없으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하고 있다. 1956년 국제연합(UN) 보고에서 당시의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수준을 토대로 65세 이상의 인구를 고령자 인구라 했다. 나아가 65세 이상 인구의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령화율로 정의해, 고령화율이 7%를 넘은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노인 기준이 만 65세가 된 것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이다. 그 당시 평균수명은 남성 62.9세, 여성 70.7세에 불과했으므로 적절했을 것이다. 건강상으로나 사회적 역할에서나 65세는 말 그대로 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균수명이 남자 80.3세, 여자 86.3세로 전체 평균수명은 83세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나이가 81세인데 비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3살이나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상에는 정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정해져 있으며 이 보다 낮은 정년 기준을 둔 회사의 경우 60세를 정년으로 봐야 한다. 나아가 고령자 고용촉진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년의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보도록 되어 있다. 정년 60세 연장법(고령자 고용촉진법)은 지난 2013년 권고에서 의무조항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연공형 임금체계'를 도입해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을 올리고 있다. 이에 재무구조가 열악한 중소기업일수록 고령자 고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이 늘어난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실제로 제도 등에서 운용되고 있는 정년 나이는 60세를 유지해도 재무 구조 등 문제로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할까.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연령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노인 기준에 고용과 복지 부문에서 비효율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3세부터 65세에도 받을 수 있고,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은 65세로 각각 다르게 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9일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는 ʻ초고령사회, 고용 · 일자리 · 세대공존을 위한 전략 포럼ʼ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535명을 대상으로 ʻ연령통합 사회ʼ를 주제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로는, 고령 근로자에게 일할 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은 5점 만점에 평균 4.19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은 재고용 권장(38.1%), 정년 폐지(26.2%), 정년 연장(18.2%)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 근로자의 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볼 때, 고령 근로자의 재고용 선호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보면 강제적인 정년 연장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높이는 것보다는 노사간 자율적으로 정년을 늘리거나 재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1956년 국제연합에서 65세 이상의 인구를 고령자 인구로 정한 것과, 국내에서 1981년 노인 기준을 만 65세로 해 노인복지법이 제정되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평균 여명(餘命)이 늘어나 있다. 현재는 고령자인 65세를 넘기고도 평균 여명이 남자의 경우 약 15세, 여자의 경우 약 21세를 남겨 두고 있다. 즉 당시에 비해 약 20년은 젊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연령이 같더라도 건강상태나 신체능력, 의식 등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개인의 선택에 공평하고도 중립적으로 다양한 삶과 일의 가치를 저해하지 않도록 ʻ연령에 자유스러운 사회ʼ의 실현이 중요하지 않을까 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