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45.1 vs -11.8
5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 11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에서 벗어난 데다 대출자산 증가, 비은행 계열사 선방 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5곳 중 3곳은 비이자이익이 역성장하며 희비가 갈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총 11조10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조8882억원)보다 2% 증가한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올 2분기(4~6월)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이 주효했다. 5대 금융은 2분기에만 6조2266억원을 거둬들였다. 이에 KB·우리·농협금융 등 3곳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금융그룹별로는 KB금융이 올해 상반기 2조7815억원으로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이 2조747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하나금융(2조68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각각 1조7550억원, 1조7538억원이었다.
하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순위가 달라진다. 우리금융이 전년 동기보다 올해 순익이 14.1% 늘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했다. 신한금융(4.6%)이 뒤를 이었으며, 농협금융(2.8%)과 하나금융(2.4%)은 1년 전보다 2%대 성장했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1~3월) ELS 충당금을 9000억원가량 대규모로 쌓은 탓에 올해 7.5% 역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비이자이익이다. 5대 금융그룹은 각각 2분기 혹은 올해 상반기 최대 순익을 경신했지만, 비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곳은 2곳에 불과했다. '비이자이익'은 은행 이익 중 이자이익을 제외한 모든 이익으로, 수수료이익, 신탁관련이익, 유가증권 투자관련이익, 외환·파생관련이익으로 구분된다. 고객을 통한 예금과 대출이 아닌 은행 자체의 자산운용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문이다. 금융사들은 이자이익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대 금융 중 비이자이익이 가장 크게 불어난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의 6월 말 비이자이익은 8850억원으로, 1년 전(6100억원)보다 45.1%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이 88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유가증권 이익이 호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1년 전보다 4% 늘어난 2조1146억원으로 증가율 2위를 나타냈다. 이번 성적으로 신한금융 역시 상반기 비이자이익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용카드·리스, 증권수탁, IB(투자은행) 등 수수료이익과 보험이익이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농협·KB금융은 비이자이익이 줄어들었다. 하나금융의 6월 말 비이자이익은 1조2690억원으로 1년 전(1조3701억원)보다 7.4% 감소했다. 농협금융은 1조2501억원에서 1조1120억원으로 11% 하락했으며, KB금융은 2조8379억원에서 2조5033억원으로 11.8% 줄어들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순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으나, 기타영업손익은 금리·환율 영향에 따라 유가증권·외환·파생 관련 실적 축소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5대 금융의 순익 증가율 추이는 비이자이익 성장률과도 궤도를 같이 했다. 금융그룹간 이자이익 편차가 크지 않다면, 비이자이익 증가율이 그룹의 당기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6월 말 기준 5대 금융의 지난 1년새 이자이익 증가 범위는 -0.6~9% 수준으로 비이자이익에 비해 좁은 폭을 보였다.
비이자이익 확대는 자산중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은행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토록 하는 만큼 이들 대형 금융그룹들이 수수료이익, 투자이익 등 이자이익 외 전부문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경우 이자이익은 금리인하·저성장 기조 속에서는 순이자마진(NIM) 및 대출자산 규모 축소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신탁업 선진화, WM(자산관리)사업 확대, 벤처투자 사업모델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