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대한민국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에 없던 서비스'들을 계속 선보이는 회사"
조현준 핀크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가진 FETV와의 인터뷰에서 핀크를 이렇게 소개했다.
올해로 출범 9년차를 맞은 핀크는 하나금융그룹이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핀테크 자회사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T)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통칭한다. 핀크는 현재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 추천 '예적금몰', 직업·나이 등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재테크 목표 달성을 돕는 금융SNS '리얼리2.0'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은행에서만 29년간 일했다. 이후 스타트업 대표로 옮겨 4년간 근무 한 뒤 지난 2022년 12월 핀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30여년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한 그가 핀테크사 대표로 변신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죠"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조 대표의 성향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벤처사업 본질은 다수가 공감할 수 없는 사업을 하는 것, 적어도 대기업이나 빅테크, 금융권에서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며 "고생은 뒤따르겠지만, 거기서 답을 찾는 게 벤처사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패는 아프다. 하지만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우리가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새로운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사업 방향을 미리 잡는 건 위험하다"며 "고정된 틀을 만들지 않고 계속 배우고, 적응해 나가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한다"고 했다.
그는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보고서를 잘 쓰는 것보다는 이 사업이 잘될지, 안될지는 모른다고 인정하고 베팅할만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부분 답은 했을 때 드러난다. 일단 시도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리얼리 2.0' 첫 타자, 직장인 연봉 등 관심 많은 점 공략
핀크는 올해 8가지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다. 모토는 '세상에 없던' 서비스다. 조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8가지 서비스 중 하나 이상을 크게 성공시켜 핀크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리얼리2.0'이 1번 타자로 출격했다. 리얼리2.0은 직장인, 특히 연차가 낮을수록 ‘연봉', '또래 중 나의 지위' 등에 관심이 많은 점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보통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내 데이터만 보여주는데 그친다"며 "핀크는 여기서 좀 더 파고들어 내가 참고할만한 상대 데이터도 같이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리얼리2.0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명검증조회보고'(가칭) 서비스는 나머지 7가지 서비스 중 하나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보 교류에 대해 확정 일자를 부여하고 사실 증명을 해주는 서비스다. 디지털로 내용증명을 구현한 기술은 핀크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나머지 6개의 서비스는 올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조 대표는 "각서를 쓰거나 받거나 할 때 항상 인감증명을 첨부한다. 인감증명은 어떠한 서류에 날인된 인감이 그 사람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민원 문서"라며 "다만 디지털 세상엔 디지털 서명만 있을 뿐, 인감증명이 없다. 이를 보완한 것이 신원정보조회보고다. 신원정보조회보고는 위·변조가 어려운 만큼 금융 거래 신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핀크식 사내벤처제 도입...최대 55% 지분확보 가능"
핀크는 서비스 개발 못지않게 일하는 기업 문화에도 새로움을 더하려 노력하고 있다. 핀크는 지난해부터 직원이 제안한 사업에 5%를 출자하면 50%의 '지분매수 선택권'을 부여해 해당 사업의 지분 최대 55%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해 신규 사업이 승인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그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디지털 신사업이 보여주기 목적으로 추진되기 쉽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특히 기안하는 직원이 해당 사업을 좀 더 장기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이를 승인하는 임원은 그해 연말 이후에 자신이 그 사업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예상한다"며 "보여주기 위주의 디지털신사업 채택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핀크식 사내벤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창업은 서비스 개발이나 영업을 위한 자금을 투자로 유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무·법무·재무 등 기업이 유지되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도 별도로 해야 한다. 또 금융업이나 핀테크업에 관해 별도의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조 대표는 "핀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업 면허를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핀크가 그들을 대신해서 하나금융 그룹의 면허를 지정대리인 제도를 이용해 빌린 다음 그들에게 대여해주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혁신가들이 창업하고자 할 때 해결해야 할 장애 요인들이 제거되면서도, 최대 55% 그 사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준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외환업무팀장과 트랜잭션뱅킹본부 팀장, 미래금융사업본부 셀장 등을 지냈다. 이후 디지털에셋 CEO를 거쳐 현재 핀크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