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20% vs –94.9%’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국내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1~3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년 전 회사 실적에 큰 보탬이 된 해외 현지법인이 역성장하면서 카드사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국내에서 부진했던 우리카드가 해외에서 선방한 가운데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해외서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20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KB국민·롯데·우리카드 등 국내 4개 카드사가 올 1분기 해외법인 11곳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2억3900만원이다. 작년 1분기(146억원6800만원)와 비교하면 98% 급감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경기침체로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해외 진출 국내 카드사 법인들은 현지에서 할부·리스 등 소매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우리카드 해외법인(미얀마·인도네시아)의 1분기 순익은 19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24억원) 대비 20.8% 감소했다.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가 18억800만원에서 18억7300만원으로 순익이 소폭 증가했고, 투투파이낸스 미얀마는 5억92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감소했다.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는 현지 시장 리테일·핀테크 제휴를 통해 영업기반을 확대하고 IT인프라를 확충해 영업 경쟁력 및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
신한카드 해외법인(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의 1분기 순익은 3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90억원5200만원) 대비 94.9% 급감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효자 노릇 하던 베트남 법인이 경기 악화에 적자로 돌아선 탓이다.
신한베트남파이낸스는 55억8600만원에서 –52억6900만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신한파이낸스(카자흐스탄)과 신한인도파이낸스는 각각 26억2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8%, 17% 증가했다.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는 4억7100만원으로 작년 적자(-2억2000만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미얀마는 안정지역 위주의 보수적인 영업과 꾸준한 채권회수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1분기만 해도 신한카드 해외법인 4곳이 90억원을 벌면서 4개 카드사 가운데 순익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베트남 법인 부진에 우리카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순익 기준으로 우리카드는 작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KB국민카드 해외법인(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도 전반적으로 순익이 감소했다. KB대한특수은행(캄보디아)과 PT파이낸스(인도), KB제이캐피탈(태국)는 각각 8억8700만원, 5억2200만원, 5억5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2%, 83%, 38% 감소했다. 또 다른 캄보디아 법인(아이파이낸스리싱)은 –5억3600만원으로 전년(-12억4700만원) 대비 적자 폭이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유일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1분기 35억8100만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전년(15억원5300만원) 대비 57.1%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기존에 영업을 영위하던 회사를 인수해 운영비를 들이는 형태가 아닌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초기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해외법인들의 실적이 급감했다”며 “또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순익 감소 폭이 컸던 신한·KB국민·롯데카드는 현지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각 국가별 역량 강화 및 현지 상황에 맞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영업기반 마련 및 수익 창출을 이룬다. KB국민카드도 지속 가능한 내실 성장 기반 마련을 통해 경기 턴어라운드를 대비한다. 롯데카드는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우량자산 확대를 가속화해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확장 및 자산 건전성을 개선한다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