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금융인] "오랜 기간 안주했다" 또 '非금융' 쓴소리한 이창용

등록 2024.04.19 09:30:23 수정 2024.04.19 10:34:27

사회경제적 사안에 표현 수위 높여..."장기적 관점서 해결" 제시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에 진입해있다. 구조개혁 없이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으로 해결하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2023년 5월)

 

"(대(對)미국 수출이 21년 만에 대중국을 앞지른 것은) 단순히 지정학적 긴장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오랜 기간 안주해왔다고 생각한다"(2024년 4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년 만에 또다시 '금융'이 아닌 분야를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중앙은행 수장이 된 그는 '교수님' 별명답게 취임 약 1년간은 한은 역할·필요성에 대해 집중,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발언 범위을 사회경제적 분야로 대폭 확장,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한은 총재가 통화 정책이 아닌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 계기에 열린 대담에서 한국의 수출 대상 국가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이 최근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온 것을 두고 "과거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듯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며 "많은 중간재 산업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관계없이 중국은 매우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은 지난 15∼20년간 매우 안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간 교역에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은 주로 첨단 기술 영역으로 국한된다"면서 "우리는 지금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계속 높아져 올해 1분기에는 대미국 수출액이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액을 추월했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대미국 수출 호조는 미국의 탄탄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 확대에 한국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추가,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보기 드물게 '경고 메시지' 단어를 써가며 중간재 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만에 재등장한 '사회경제적' 언급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에 진입해있다. (교육·노동·연금) 등 구조개혁이 안되는 것은 이해당사자 사이에 사회적 타협에서 진척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더 문제가 되고 있지만 5~10년 안에 노후빈곤 문제가 굉장히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되다보니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가 연거푸 금융·통화 정책이 아닌 사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의 취임 후 정부는 금리를 조정해 부동산 시장을 일으키려는 등, 장기 저성장에 대응하는 구조개혁적인 정책을 내놓기보다 통화정책을 먼저 앞세워 '급한 불'을 끄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작년 5월 이 총재는 "'돈 풀어서 해결하라'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재정과 통화정책은 단기적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구조개혁에 달려있는데,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타협이 안되는 걸 해결하지 못하고 재정 당국하고 통화정책 보고 단기 정책을 통해서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Copyright @FETV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FETV | 명칭: ㈜뉴스컴퍼니 | 등록및발행일: 2011.03.22 | 등록번호: 서울,아01559 | 발행인·편집인: 김대종 | 편집국장: 최남주 |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6길 23, 901호(여의도동,산정빌딩) | 전화: 02-2070-8316 | 팩스: 02-2070-8318 Copyright @FETV. All right reserved. FETV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