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 국가 가운데 명예스럽지 못하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있다.
'출산율' 첫째이며, '자살율'이 그 둘째이며, 셋째는 바로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것일 것이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빈곤율이 높은 현상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훨씬 넘는 경제구조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K-문화'의 발전을 이뤄 냈다.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성취를 이루었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적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것도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노년층의 삶'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3%로 전년에 비해 조금 나아졌지만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고령자의 생활은 향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50년에도 노인빈곤율은 3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노인빈곤은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데,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기도 하지만 일반 국민과 노인의 빈곤율 격차도 크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보통 노인빈곤율은 전체 국민의 빈곤율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일반 국민의 빈곤율인 15.3% 수준보다 약 2.5배나 높다.
우리나라의 노인은 왜 가난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고용시장의 어려움과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근로세대보다 낮은 소득을 얻을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일을 하던 시기에도 노인 세대들의 소득은 높지 않았고 저축이나 연금 적립도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노인빈곤 현상의 원인은 자신들이 무능하거나 게으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국민연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기초연금도 소득과 재산에 따라 제한적으로 지급되어 일부 노인들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현재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금제도를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일 것이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연금제도는 노년기의 생활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소득 부족을 해결한 방법이었다. 대표적으로 '연금제도'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독일은 1950년대 말 연금개혁을 단행해 근로자 임금의 30% 이하로 낮았던 국민연금의 급여를 60%까지 끌어 올렸다. 또한 연금 급여가 임금 상승에 맞춰 자동으로 연동하는 동태적 '연동제도'도 도입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비로소 노인의 연금 급여는 근로세대의 소득 증가를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과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도 방식은 다르지만 연금제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노인들의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2000년경까지 복지정책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연금제도의 발전은 특히 늦은 편이다. 이는 연금을 위한 지출을 통해 잘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연금에 지출하는 재정은 국민총생산(GNP)의 3.5% 정도이며 OECD 국가들의 평균 9.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공무원연금, 교사연금, 군인연금을 위해 지출되는 재정의 1.34%를 제외하면 약 2.1%만이 국민들의 연금을 위해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OECD 국가들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재정만이 연금제도를 위해 지출되고 있어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도입된 지 35년 이상이 지났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45% 정도만 급여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국민연금 수급자 중 약 60%가 월 4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는 수준에 불과해 연금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그동안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급여 수준이 낮고 중산층 이상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연금제도를 아직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어 연금개혁은 필요할 것이나, 선진국과는 다르게 설정돼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선진국들은 제대로 구축된 연금제도로 노인빈곤을 줄여 왔으나 지나친 재정 지출에 시달리는 국가도 있다. 따라서 현행 연금제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초고령사회를 맞게 되면 노인빈곤 문제가 사회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우리나라의 연금개혁은 재정안정화는 물론 소득안정화까지 이루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은 연금제도의 선제적 과제는 불충분한 공적연금제도의 내실화부터 구축돼야 할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