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 D-1 ···표대결 결과 ‘안갯속’

등록 2024.03.27 10:35:06 수정 2024.03.27 10:35:21

한미사이언스, 28일 정기주주총회 개최···주요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
한미·OCI 통합 두고 경영권 분쟁···장·차남 VS 송영숙 회장·임주현 모녀 표대결
법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장·차남 지지

[FETV=박지수 기자]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기 주총의 주요 안건은 ‘신규 이사 선임’이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일가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와 이에 반대한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놓고 분쟁중이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현재 경영진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표 대결을 통해 이사회를 꾸린다. 이번 주총 표 대결을 통해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 모두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번 경영권 다툼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녀 측이 표 대결에서 질 경우 OCI와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고 임성기 회장 고향 친구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국민연금은 모녀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안갯 속으로 빠졌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오전 9시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송 회장·임주현 사장 측과 임종윤·종훈 전 사장 측이 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는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포함해 신규 사내이사 6명 선임안을 올린 상태다. 이에 맞서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는 자신들을 포함한 5명 선임안을 제안했다.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달 자신의 추천 인사가 한미사이언스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주주제안을 낸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이사 선임안을 일괄 상정하고, 이사회 총수인 6인 이상이 가결을 받을 경우 다득표 순으로 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사내이사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이다. 주총 이후 새로 구성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6석으로 양측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6인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가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인이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지난달 8일 주주제안권을 행사,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아 직접 그룹을 이끌어나가겠단 구상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은 이사회를 3인 이상 최대 1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이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임종윤 사장 측은 5명을 진입시켜 과반수를 채운단 전략이다. 1표 차이로 이사회 진입 여부가 갈릴 수 있는만큼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를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여서 주총 출석주식수 과반을 확보하느냐가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지난달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통합에 관한 합의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각 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보유하면서 대주주가 되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의 주식 10.4%를 보유하게 된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을 동시에 해임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5일자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임종윤·종훈 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 사장 해임 이유다. 

 

앞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로 불려온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최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주주제안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분 상황이 역전되자 송영숙 회장은 전날 임주현 사장을 선대 회장을 이을 공식 후계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송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한미그룹 회장이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서, 장녀 임주현을 한미의 확고한 승계자로 세우고자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돌아보며, 임성기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자녀는 오직 임주현 뿐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덧붙였다.

 

형제가 신 회장 지분을 확보하면서 모녀 측이 주총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인 듯 보였지만 마지막 핵심 변수였던 국민연금이이날 송영숙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서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됐다. 지분 7.6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임주현 사장을 비롯해 모녀 측이 추천한 6명에 대해 모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소액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번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우호지분율은 총 39.61%로 늘어났다.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을 합친 의결권은 37.2%다. 양측의 지분율 차는 불과 2.4%p(포인트) 안팎이다. 결국 28일 주총 표대결 승부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 향방, OCI그룹과 통합 등 한미약품그룹의 미래가 결정되는 셈이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 개인투자자를 합친 소액주주 지분율은 21%다.

 

법원도 모녀 측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전날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측이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기각 결정 이유데 대해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그룹과 형제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미사이언스는 “매우 환영한다”며 “한미그룹이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고 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두 형제는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법원 판결은 한미-OCI 통합과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였다. 만약 법원이 두 형제 주장을 수용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예정대로 이전받지 못하게 돼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형제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진행할 예정으로, 본안 소송을 통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수 기자 kjh_562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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