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의사봉 잡은 ‘사장님’…갈 길 먼 보험사 ‘이사회 독립’

등록 2024.03.27 05:00:00 수정 2024.03.27 08:57:13

8개 대형사 이사회 의장 선임
삼성생명·삼성화재만 사외이사
오너·대표이사 의장 선임 관행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 지속

 

[FETV=장기영 기자] 올해도 국내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8개 대형사 중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보험계열사 2곳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이유로 사외이사 대신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CEO)를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개 대형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 중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2곳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사외이사인 유일호 이사, 박진회 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유일호 이사는 1955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제18·19대 국회의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박진회 이사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한국씨티은행 입행 이후 수석부행장, 기업금융그룹장 등을 거쳐 행장직을 수행했다.

 

두 삼성 보험계열사는 오너 또는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다른 대형 보험사들과 달리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의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도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대형 보험사는 사내이사인 전·현직 대표이사나 최대주주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교보생명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신창재 회장, 현대해상은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이 의장으로 재선임돼 계속해서 의사봉을 잡는다.

 

한화생명 대표이사 여승주 부회장,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김중현 부사장, KB손보 대표이사 구본욱 사장도 의장으로 선임됐다.

 

DB손보는 전직 대표이사인 DB그룹 보험그룹장 김정남 부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1년만에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복귀했다.

 

이들 대형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효율적 이사회 운영을 이유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원활한 이사회 소집과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대표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며 “상정된 안건을 검토하는 업무 외에도 이사회 소집과 의사 진행, 업무 집행에 대한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추진 등을 고려할 때 이사회 의장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사회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사회는 의안의 적법성 및 적정성을 확인하고, 이를 제안하는 이사회 의장은 사내 업무에 밝은 자로 선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이사회 의장 선임 관행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非)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경우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개선을 권고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일부 보험사를 상대로 실시한 검사에서는 회사의 중요 경영전략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거나, 의장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지 않아 독립적 의사결정을 저해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한 보험사에 관련 검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 선임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다른 보험사에 대한 종합검사 당시에는 “이사회가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적정한 경영 판단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장기영 기자 jky@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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