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세대교체 바람’...‘위험’ 아닌 ‘기회’ 되려면

등록 2024.03.25 06:00:00 수정 2024.07.22 13:59:37

[경제만사]

 

 

‘최연소’ 금융지주 회장 후보, ‘82학번 출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대거 퇴임...


최근 금융권 CEO 인사의 특징은 ‘젊은 피’ 보강이다. 새로운 인사를 발탁해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진앙지는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그룹 창립 멤버이자 최장수 CEO로 꼽혔던 최현만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출범했다. 한국투자·NH투자·KB·삼성·메리츠·키움·대신·하이투자·SK증권 등 주요 증권사 가운데 10곳의 CEO가 교체됐거나 바뀔 예정이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1967년생으로 국내 금융그룹 회장 중 가장 젊다. 

 

금융권에서는 매년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권에 드리워진 짙은 위기감 때문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 한 해 은행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의 위기감은 엄살이 아니다. 국내 은행권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 등 악재 속에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4조5818억원이다. 역대 최대였던 작년 1분기(4조9015억원)보다 6.5%(3197억원) 줄어든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2030~206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평균치는 0.8%다.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5%대에 달했으나 이후 빠른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OECD가 전망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4%다. 지난해 2.025%에 이어 2년 연속 2%에 그쳤다. 특히 한국과 주요 7개국(G7) 중 한국만이 2012년 이후 매년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처럼 각종 악재로 금융권의 사업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젊은 CEO를 발탁해 위기에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전 회장은 “소니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과거의 성공을 잊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NEC와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였던 도시바는 7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수뇌부의 거듭된 오판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게 2조엔(약 18조원)에 최종 인수됐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다음 달을 앞두고 ‘4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PF 대출 만기 집중은 사실이 아니며, 대출 만기가 고르게 분산돼 있어 급격한 충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두고 볼 일이다.

 

2008년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대규모 금융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가 된 것은 위기 불감증이다.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지칭되는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사의 역할과 책임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일본 기업들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금융사들이 위기감을 갖고 변신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과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리더의 나이가 젊어지면 연쇄 파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살펴야 할 것이다.
  
40대의 젊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짧은 재임 기간(1961∼1963년) 소련의 쿠바 핵무기 배치 시도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케네디는 “중국어로 위기(crisis)는 두 글자의 조합이다. 하나는 위험(危)을 다른 하나는 기회(機)를 의미한다”며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위기가 수그러들어야 비로소 변화(change)한 만큼 기회(chance)가 생기지만 그것도 ‘준비’된 기업에게만 열린다. 금융사들이 세대교체와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노력이 ‘위험’ ‘기회’ 중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겠다.

 

 

정해균 경제부 부장

 



정해균 기자 chung.9223@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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