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조사한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여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가 가장 두려운 질환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고령자 질병과 관련된 치매, 암, 뇌졸중, 당뇨병, 심장병 등 5가지를 제시하고 가장 두려운 질환이 무엇인지 질문한 결과 치매(46%), 암(28%), 뇌졸중(13%) 등의 순으로 치매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가운데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더욱 높아 치매(60%), 암(17%), 뇌졸중(13%) 등의 순으로 대답해 치매로 답한 비율이 무려 14%포인트나 높아졌다.
더구나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치매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65세 이상 국민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치매 발병률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이 도시지역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관련 의학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일반적으로 노인에게만 나타나므로 증상의 발현이 5년만 연기되더라도 발병률이 반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만약 10년 정도만 연기된다면 비교적 드문 질병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지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현명해질 것이다. 점점 증가하는 신경세포 ‘가지들’이 풍요롭고도 복잡한 이해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광범위한 경험으로 삶에 대해 깊고 영속적인 통찰력을 지니게 된 그들은 모든 고령자의 갈망하는 지위, 즉 훌륭한 조언자로서의 지위를 계속해서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치매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증상의 발현을 늦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인생은 뇌와 신체를 제대로 돌볼 여유 없이 훼손하면서 걸어왔다. 우리는 이러한 뇌 능력의 감퇴가 정상적인 것이어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노화(aging)와 저하(deteriorating)를 동의어로 믿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노화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갔음을 의미하고, 이때의 시간이란 퇴행(degeneration)이 아닌 재생(regeneration)이란 의미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재생하게 하는 힘은 우리 속에 있고, 만약 우리가 재생을 원하면 그것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선택은 오직 우리의 '마음'에 달렸다고 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은 50여 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고 있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원인 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1906년 독일 의사 알츠하이머가 이 병을 발견했다고 해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뇌 속에 아밀로이드라는 잘못된 단백질이 침착하면서 뇌세포가 죽어가는 것이다.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나덕렬 교수(전 대한치매학회장)는 그의 저서 ‘뇌 미인’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변화는 제일 먼저 기억센터인 해마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의 뇌를 웃게 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에는 ‘진인사대천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진땀나게 운동하고(매일 운동하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확률이 80% 낮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흡연을 시작해 25~30년이 지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50% 증가하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나 높고) ▷대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TV 시청 등 수동적인 정신 활동만 하면 인지장애에 걸릴 확률이 10% 증가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과음과 폭음은 인지장애에 걸릴 확률을 1.7배나 높이며)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비만인 사람이 3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1.8배가 높다)고 30년 가까이 치매 환자를 경험하고 치매를 연구해 치매에 대한 해결책을 권장하고 있다.
결국 치매 예방의 방법은 간단히 말해 '뇌 미인'이 되는 것이다. 뇌 미인은 노년이 되기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고령이 되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으며, 혹시 치매에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가 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