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의과대학 증원에 대해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한데 반해 전국 의대 학장들은 “350명 증원이 적절하다”고 해서 서로 물러서질 않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의 근거로 고령화율(65세 이상 비율)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말 기준 고령화율은 19%를 넘어 섰다. 이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년보다도 5% 이상 증가했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20% 이상을 차지하고, 2030년에는 25%, 2035년이면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고령자가 현재 900만 명대에서 10년 후에는 1530만 명대까지 늘어나 입원일수는 45%, 외래일수는 13%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연구기관의 연구 보고서에서는 2035년 의사 수가 약 1만 명 부족할 것이며, 의료 취약지의 필요한 의사 수 5000명을 더해 총 1만5000명 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사 1만 명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려나가는 5개년 계획의 방침을 정하고 있다.
반면에 의료계는 극심한 저출산으로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 해 2000명씩 늘릴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더구나 환자의 병원 이용 편의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의료 접근성’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상위권 이라고 한다. 동네 가까운 병원이나 종합병원 진료도 크게 어렵지 않아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연간 15.7회에 달해 부족한 건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로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생각해 보면 의료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한의사는 제외)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정부는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제대로 늘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4년간 우리나라 인구가 4700만명에서 5100만명으로 늘었는데 의대 정원은 이에 맞추어 늘리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 수준이다. 올해 한꺼번에 5058명까지 늘리게 되면 과연 이를 어떻게 소화해 나가는 것이 좋겠는가.
우선 의사 단체들은 의사 자체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정부의 의료 정책이 잘못돼 필수 내지 지역 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가지 않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는 의사가 충분하다는 의사 단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서울의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에 한 번이라도 가보았거나, 지방에 살고 있으면 거리상 혹은 교통 문제 등으로 의사 보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이동이 노인구비율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근 구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의 노인인구비율에 대한 인구이동 효과를 보면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고령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제주, 충남, 광주에서는 고령화 지연 효과가 약화되거나 반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은 고령화를 촉진시키는 정도가 뚜렷하게 나타나 고령화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젊은 층의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구조적으로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대부분에서 고령화 문제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