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오세정 기자] “금융을 알고 정의를 외치는 것이 중요하죠.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의의 과정을 실현시키는 것이 소비자 단체, NGO 단체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의 수장인 조남희 원장은 자신을 ‘경계대상 1호’, ‘공적 1호’라고 표현한다. 이는 그가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회사들에 상대로 평소 그의 소신을 강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인상 속에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가진 그를 만났다. 조 원장은 금융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무장해 날카로운 송곳 지적을 하는 그를 모두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면서 너털 웃음을 지었다.
조 원장이 처음 소비자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금융회사에 근무했을 당시의 일이다.
그는 “당시 금융 산업이 소비자 관점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느끼던 중 미국 연수를 갔는데 금융사 부실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후유증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향후 우리나라도 같은 과정을 겪을 수 있겠다 싶었고 그때부터 지금과 같은 일을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의 안전판 역할과 금융당사자 상호간 이상적 관계 정립을 비전으로 하는 비영리 소비자 단체다. 그는 금소원의 중점 가치로 기관의 투명성과 합리성, 전문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금융의 본질을 알고 난 뒤 그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을 어떻게 달성해나갈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금소원은 금융사와 소비자, 정책당국의 관점에서 늘 문제를 균형있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금융권 곳곳에선 부당 대출금리 산정(은행), 배당사고(증권), 보험료 지급 문제(보험) 등 소비자 보호 이슈가 부각됐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금융업권의 본질이 훼손됐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사들이 그들 가장 본연의 업무조차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금융사들이 스스로 신뢰를 높이고 시장에서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때 비로소 금융사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과거 관행화되고 고착돼 온 금융사의 여러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며 “금융사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서 모든 제도와 관행을 일신한다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금융위기 이후 펀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등 소비자들이 금융으로 부를 축적해야 하는데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면서 “어려운 금융상품을 너무 쉽게 파는 시장의 구조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 산업이 너무 어렵고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금융사나 금융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또 금융사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관리하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금융사에게 의무와 책임을 지게 하면서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금융소비자들이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금융을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막연히 다른 사람이나 의견에 의존해서는 현명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의 조건을 알고 2~3명의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적합하고 적절한 규모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본인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금소원은 금융 사기나 불완전판매 등 금융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사건들을 도맡아 진행했던 그는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 양재파이시티 사건을 언급했다.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원금 손실이나 만기 연장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로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으로 파이시티에 투자한 이는 1400여명, 투자액 규모는 1900억원으로 추정됐다.
조 원장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책을 마련해 조언하는 등 문제 해결을 도운 결과 피해자 모임이 직접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조 원장은 캐피탈 자동차사기 피해 사건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는 100여 명, 금액만 100억 규모의 사건이다.
그는 “금소원은 피해자와 논의해가면서 피해자 상황, 해당 금융사 특징 등에 맞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며 “가장 최적의 방법을 가르쳐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분쟁의 핵심을 파악해 구제나 보상, 해결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견해를 묻자 조 원장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정책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당국이 실제 금융사의 잘못된 관행 개선이나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 보상 등 피해 구제보다는 금융사에 대한 행정제재 등 자신의 권한 확대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행정제재를 통한 문제 해결은 소비자들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이 같은 행정제재로 금융사들도 소비자가 아닌 당국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문제의 본질은 금융사와 소비자가 풀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국이 파악해 엄하게 제재를 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금소원이 금융을 통해 소비자들의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금융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윤택과 행복, 안정을 주는 수단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과연 소비자가, 금융사가, 금융당국이 개인의 삶 속에서의 금융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교육을 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 모든 것들이 제도와 법률로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의 궤적을 설계해주고, 행복과 안정,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제시해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