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효과 확인한 카드사들, 도입 왜 주저하나

등록 2024.01.30 09:34:59 수정 2024.01.30 13:40:28

신규 회원수·해외 이용액 증가율 뚜렸...높은 수수료와 인프라 부족 등 걸림돌
업계, 역마진 우려 불고 '현대카드'라서 가능했다...카드사 중 유일 '오너' 체제

 

[FETV=임종현 기자]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와의 협업은 소문만 무성할 뿐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간의 독점 기간이 지난해 9월 말로 종료되면서 일부 카드사와의 제휴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들은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높은 애플페이 수수료와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작년 3월 애플페이를 국내 단독 출시하면서 집중 효과를 얻었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이후 현대카드의 신규 유입 고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출시 당일에만 100만 건이 넘는 카드가 등록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애플페이 출시 전인 2월 11만2000명이었던 신규 가입자 수는 3월 20만3000명으로 81.3%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2월 15.78%에서 5월 16.83%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해외 이용액 증가율도 두드러졌다. 현대카드 개인 회원의 작년 12월 누적 기준 해외 일시불 결제액은 2조5276억원으로 9개 카드사 중 1위를 기록했다. 1년 전 1조4335억원과 비교하면 75.1%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상위권 카드사의 증가율은 ▲신한카드 37% ▲삼성카드 35% ▲KB국민카드 40% 등 현대카드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앞서 작년 10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해외 여행자가 애플페이의 편리함을 만끽할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미국·일본을 비롯해 웬만한 나라에선 이미 애플페이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강점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규 회원 수와 해외 이용액 증가율 등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지만, 여전히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높은 애플페이 수수료와 인프라 부족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건 없지만, 현대카드는 현재 애플페이 결제 건당 0.15%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0.03%),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애플페이 사용처가 편의점 등 소액결제 시장 위주로 형성된 상황에서 페이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역마진 구조가 형성된다는 의견도 있다. 결제 건당 거래금액이 클수록 수수료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져 카드사에게 이익이 되지만, 금액이 낮을수록 카드사 입장에선 밴(VAN)사에 내는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손해가 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는 국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를 갖춘 가맹점도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애플페이가 도입된 이후 NFC 단말기가 순차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NFC단말기 비중을 10%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새로운 카드사가 애플페이에 합류하게 되면 가맹점에 설치하는 단말기 비용과 플랫폼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선 결제 금액이 커야 이익이 나는 구조지만, 현재 애플페이의 주 사용처가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에 한정돼 있다”며 “또한 단말기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카드사들이 애플과 협의를 하게 되면 단말기 보급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그럼 추가적인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 입장에선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라서 애플페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카드가 카드사 중 유일한 오너계 카드사라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현대카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아이폰에 대한 이용자 수가 젊은 층(10·20대)을 중심으로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 미래를 본다면 결국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이는 정말 장기를 바라보고 투자할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하다.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들과 다르게 '오너 회사'이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임종현 기자 jhyun9309@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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